[사설]세종시 수정 결사반대… 표결은 거부하는 비겁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2일 03시 00분


지방선거 승리 이후 세종시 문제 처리에 임하는 야당의 태도가 갈수록 태산이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 5당은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수정안 철회 및 원안 이행 등 5개항을 요구했다. 요구 사항에는 정운찬 총리 등 수정안 추진 관계자 전원에 대한 해임도 포함돼 있다. 정부를 무릎 꿇리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지나친 감이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본회의 표결을 전제로 할 경우 오늘로 예정된 수정안의 국토해양위 상정마저 저지하겠다고 벼른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수정안의 본회의 표결 추진을 “의원들의 표결행위에 대한 협박”이라고 비난했다. 지금까지 세종시 수정안을 공공연하게 반대해 놓고 본회의 표결이 의원들에 대한 협박이라니 무엇이 두렵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세종시 수정안 처리는 9부2처2청의 이전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 사안이다. 수도 분할에 버금가는 내용이다. 지난 9개월간 찬반 논란으로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군 국민적 관심사이기도 하다. 일반 법안과는 사뭇 그 성격이 다르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우선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치열한 토론을 거쳐야 한다. 국가적 대사(大事)에서 국회의원 299명 각자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도 분명하게 역사적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나 자유선진당이나 세종시 수정에 결사반대한 명분이 떳떳하다면 이를 거부할 하등의 이유가 없을 것이다.

설사 일반 법안과 같은 처리 절차를 밟더라도 수정안의 본회의 표결은 국회법 87조에 따라 합당하다. 상임위에서 부결된 안건이라도 의원 30인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는 본회의 회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법안이든 일단 발의되면 관련 상임위에 상정해 논의하고, 그 이후의 처리 문제도 국회법에 정해진 대로 따르는 게 국회 운영의 기본이다. 야당이 미리 수정안의 본회의 표결 배제를 요구하면서 이를 상임위 논의와 연결시키겠다는 것은 법을 무시하는 억지다.

지방선거가 비록 여당의 패배로 결말나긴 했지만 그것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는 아니었다. 수정안이 국회로 넘어온 이상 국회법에 따라 그 처리를 진행하는 것이 순리(順理)다. 수정안 찬반에 대한 국회 내 역학구도도 야당에 훨씬 유리한 마당에 계속 수정안의 상임위 상정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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