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동연구원을 차라리 해체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일 03시 00분


노동연구원이 악성 노조에 시달리다 못해 어제 직장폐쇄를 했다. 공공기관으로는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다. 연구원 측은 “장기간 지속된 파업으로 국제 세미나가 취소되고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다”고 폐쇄 이유를 밝혔다. 노조와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하던 사측은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탈법적 단협을 요구하는 노조와 협상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단협의 해지 철회를 요구하며 시작된 노조의 파업 농성은 여의도 노동연구원 사무실 복도에서 72일째 계속되고 있다.

노조 측이 요구한 단협 안의 내용은 연구원 경영주체가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로 가관이다. 연구원 기밀을 누설하거나 금품수수 부정채용을 해도 사측이 해당자를 징계조차 할 수 없다. 직원을 채용할 때는 대상 시기 규모 등을 노조와 사전 합의하고 채용 심사위원을 노사 동수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조합원이 50여 명에 불과한데도 노조는 조합대표 외에 상급단체에 파견되는 조합원 1명에 대한 전임자 추가 인정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런 터무니없는 단협을 원장이 수용하지 않자 원장이 사는 아파트단지로 10여 차례 몰려가 시위를 벌이고 인근 주민에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상습시위로) 집값이 똥값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석박사 학위를 가진 노조원들이 패륜을 저지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노동정책인들 제대로 연구하겠는가.

감사원과 노동부는 공공기관 노조들이 인사권과 경영권을 침해하는 탈법적 단협에 대해 올해 4월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노동연구원이 노조에 무릎을 꿇으면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은 통째로 물 건너갈 수도 있다.

정부는 노동연구원에 올해 국민 세금 147억 원을 넣었다. 정부 지원금과 노동부 위탁사업 수입 등을 합쳐 총 237억여 원의 연구원 예산은 올해 연구사업비로 158억 원, 직원 101명의 인건비로 58억 원이 배정됐다. 감사원은 연구사업비가 제대로 쓰였는지 철저히 감사할 필요가 있다.

노동연구원이 연구 대상으로 삼는 근로자들과 근로 현장은 유례없는 경제위기 여파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감이 없어 임금이 줄고 일자리마저 잃어야 하는 살얼음판이다. 근로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국민 세금 아까운 줄 모르고 기득권만 지키려는 공공기관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국민세금을 들여 운영할 가치가 없는 공공기관이라면 차라리 해체하는 게 옳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