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영균]세종市로 서울대 삼성전자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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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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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선이 냉랭하다. 세종시 정부지원협의회 의장인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입주를 추진하는 기업은 3, 4개 이상이고 외국 기업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기업인들은 고개를 젓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경제적으로 수지가 맞지 않는다. 산업용지가 아니라 상가와 사무실을 지을 수 있는 상업·업무용지가 많아 조성원가가 비싸다. 세종시 계획을 백지화하고 다시 도시계획을 짜지 않는 한 어렵다는 얘기다.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어 준대도 싫단다. 특혜 시비에 휘말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대학 매력 느낄 수 있게 해야

기업이건 대학이건 입지를 정할 때는 신중하다. 사활이 걸린 문제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자는 공장 터를 꼭 직접 가본 뒤 결정했다. 그만큼 기업은 입지를 중요시한다. 1980년대 경기 안성으로 일부 단과대학을 이전한 중앙대는 재미를 못 본 사례다. 안성으로 옮긴 뒤 명성이 예전 같지 않은 일부 학과를 다시 서울로 데려왔다. 두산이 인수한 뒤 몽땅 이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안성시도 땅을 헐값으로 팔아 중앙대를 유치했다고 불만이 많다. 중앙대나 안성시나 딱한 노릇이다. 경제부처들이 있는 경기 과천으로 이전한 코오롱그룹도 성공한 사례는 아니다. 인터넷시대라고 해도 홀로 떨어져서는 정보나 인적 네트워크에서 뒤지기 쉽다.

기업들에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오라는 곳은 많다. 중국이 대표적인 곳이다. 삼성전자는 금주 초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이윤우 부회장 주재로 ‘글로벌 혁신데이’라는 주제로 중국전략회의를 가졌다. 미국발(發) 금융위기의 여파 속에서 연간 8%대 고성장을 이룬 중국이 세계의 공장을 넘어 핵심 시장으로 등장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廣州)에 4조7000억 원을 들여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을 만들고, 삼성전자는 2조6000억 원을 들여 쑤저우에 같은 LCD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중국으로 먼저 옮기고 있는 일본과 대만 업체에 뒤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분명 불만일 것이다. 세종시 같은 곳에 투자해 일자리를 만들어야지 중국으로 가겠다고 하니 좋게 보일 리 없다. 하지만 단견(短見)이다. 땅값이 중국보다 비싸고 인건비도 높다. 중국처럼 큰 시장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기업들은 벌써 주판알 튀겨보고 계산 끝냈다.

3년 전 국내에서 땅을 못 구한 STX조선이 간 중국 다롄(大連) 조선단지는 도로 깔고 아파트까지 지어놓고 공장만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땅값도 인건비도 절반 이하다. 중국은 기술이전과 고용에 기여하는 투자기업을 우대한다. 세종시가 밀릴 수밖에 없다.

무리하게 서두르면 후유증 크다

정운찬 총리는 그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문제인 만큼 연내에 가급적 마무리하자”고 말했다. 수정안이 머지않아 나올 것이다. 1위 기업인 삼성전자나 서울대가 간다고 해야 야당과 한나라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대가 수그러들까.

삼성전자와 서울대 못지않은 기업과 대학이 어우러진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만들려면 성급하게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늦어진다고 피해 보는 사람도 없지 않은가. 섣불리 입주했다가 실패하면 세종시도 기업도 대학도 모두 피해를 본다. 세종시는 인구 분산을 위해 추진된 것이지만 과학비즈니스벨트는 미래를 책임진다. 중요성을 따지자면 세종시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 세종시도 과학도시도 성공하려면 설익은 대안을 내놓기보다는 기업과 대학이 매력을 느끼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짜낼 필요가 있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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