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논평]대통령과 야당 총재의 미숙한 소통방식

  • 입력 2009년 9월 3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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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한나라당 여성의원 초청 오찬에서 "화합형 총리를 위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충청권 인사를 추천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고 한 데 대해 이 총재는 어제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총리 지명에 대해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거나 건 일이 없으며, 청와대에서 중간자를 통해 심대평 전 당대표를 총리후보로 지목하고 수차례 제의해온 일이 있을 뿐이라는 게 이 총재의 주장입니다. 청와대 측이 결국 "이 대통령은 이 총재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는 발언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해명해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해프닝성으로 봉합이 됐습니다.

하지만 심대평 총리 카드의 무산 원인을 놓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것을 보면 청와대와 야당의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이 대통령은 여성의원 오찬에서 "이 총재가 강소국 연방제를 약속해 달라는 요청을 두번이나 했지만 이는 개헌이 필요한 사안이라 약속해줄 수 없었다. 그래서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면 이 총재는 "강소국연방제는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과제로 동의해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다. 반드시 약속돼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세종시를 원안대로 건설해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재가 심 전 대표의 총리 입각을 용인하는 조건으로 대통령에게 당내에서조차 공감대가 넓지 못한 강소국연방제의 수용을 압박했다면 국정운영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와 주도권에 집착한다는 비판을 받을 만합니다. 반대로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에 대한 분명한 방향을 정리하지 못한 채 '충청 총리'에만 욕심을 내다가 선진당의 반발과 내분만 일으켰다면 역시 야당에 대한 소통방식이 정교하지 못했다고 할 것입니다.

대통령과 야당이 국가적 과제 달성을 위해 필요한 협조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를 위한 대통령과 야당 수뇌부 사이의 소통은 상호 배려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이번 총리인선 과정에서 나타난 청와대와 선진당간의 논란은 우리 정치의 소통수준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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