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21세기 한일관계 국제학술회의 개최

  • 입력 2000년 11월 5일 19시 54분


한일문화교류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지명관·池明觀)는 4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올바른 과거청산과 21세기 한일관계’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제1주제: 한일합병조약과 한일협정에 대하여△제2주제: 식민지하의 문화에 대하여△제3주제: 한일역사교과서에 대하여△제4주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한일관계 등으로 나눠 주제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된 이날 학술회의에는 각계 인사들이 운집해 성황을 이뤘다. 다음은 3, 4분과의 주제발표 요지.

◇한일역사교과서의 문제점

▽한국에서 본 일본역사교과서(정재정·鄭在貞 서울시립대 교수)〓1982년 ‘역사교과서 왜곡사건’을 계기로 일본정부는 한국과 중국 등의 항의에 직면하자 ‘인근 국가에 대한 배려’라는 차원에서 교과서 내용을 점진적으로 개선했다. 그러나 최근 과거의 모습으로 회귀하면서 ‘히노마루’와 ‘기미가요’가 국기와 국가로 법제화되고 우파지식인 그룹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저술한 역사교과서가 2002년부터 일선 교육현장에서 사용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문부성으로부터 검정받은 일부 교과서가 한국을 침략하고 식민지배한 내용을 늘리고 군위안부 사실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일부일 뿐, 아직 대부분의 교과서가 과거 제국주의 시대를 미화하는 ‘자유주의사관’과 ‘황국사관’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 역사교과서 집필자와 한국, 중국의 역사연구가 및 교육자간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

▽일본에서 본 한국역사교과서(가토 아키라·加藤 章 모리오카대 학장)〓1980년대 들어 한국과 일본 대학간 역사연구교류가 시작됐지만 아직 양국 역사를 해석하는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한국의 초 중 고 역사교과서는 일본 침략에 초점을 맞춰 일본을 제국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국가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침략, 식민지화한 일본 제국주의와 일본 시민을 구별해 일본 국민도 한국 국민과 같이 피해자였다는 ‘고발형’ 교육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지난해 9월 동아일보와 한국일보가 아사히(朝日)신문과 함께 실시한 한일공동여론조사결과 식민통치 책임이 일본만이 아닌 한국측에도 있다는 응답이 6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한국의 역사교육이 초래한 구세대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신세대들 사이에 21세기를 지향하는 역사적 사고가 움트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한일 양국의 역사교과서 내용을 개선하는 노력이 활성화될 때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한일관계

▽일본의 역할(이종훈·李鍾燻 중앙대 총장)〓남북정상회담 이후 동북아지역에는 20세기 100년 간에 걸친 적대관계가 청산되고 새로운 지역협력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는 동북아지역이 세계경제의 중심 축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본은 엄청난 무역흑자에도 불구하고 이를 동북아지역에 투자하지 않고 일본 국내에 사장(死臟)시키고 있다. 또 엔저(円低)정책으로 국가경쟁력을 유지함으로써 동아시아의 환란은 물론 세계경제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와 일본의 경제관계는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는 불가분의 것으로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지역협력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도 일본은 무역흑자에서 나오는 외화를 동아시아에 재투자하는 자본협력과 수입확대를 통한 무역협력 그리고 신산업개발을 위한 기술협력 등을 통해 동아시아 번영의 기관차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의 역할(후나바시 요이치·船橋 洋一 아사히신문 특별편집위원)〓한국은 70년대 경제발전과 80년대 민주화, 90년대 북방정책과 햇볕정책을 거쳐 이제 남북분단 극복과 세계화라는 20세기를 총결산하기 위한 길목에 와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국은 다양한 국내정치세력을 제어하면서 대북 정책을 어떻게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과제를 떠 안고 있다. 이는 경제발전을 지속하면서 통일비용을 마련하고 통일이후 주한미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 맞닿아 있다. 이중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관계와 미일관계, 더 나아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역할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한미일간 ‘양자’ 또는 ‘3자간’ 정책대화의 틀을 구성해야 한다. 특히 통일한국의 출현은 중국과 일본으로 하여금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겠지만 장기적으로 한중일 3국의 협력관계로 발전될 가능성이 많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균형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 동북아라는 틀에서 벗어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 등의 군축과 환경 인권 난민 평화유지활동 같은 분야에서 공헌해야 한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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