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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온한 영성[이은화의 미술시간] <101>

    불온한 영성[이은화의 미술시간] <101>

    어느 시대에나 ‘문제적’ 작가는 있었다. 사회적 통념이나 규범을 깨는 작품으로 논쟁을 일으키는 예술가들 말이다. 16세기 매너리즘 미술을 대표하는 엘 그레코가 딱 그런 화가였다. 성서 이야기를 다룬 종교화를 많이 그렸지만 그의 그림은 교회와 신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리스 출…

    • 20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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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관의 무게[이은화의 미술시간]〈100〉

    왕관의 무게[이은화의 미술시간]〈100〉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2003년 인기리에 방송된 드라마 ‘상속자들’의 부제로 쓰여 유명해진 말이다. 원래 이 말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4세’에 나오는 대사에서 유래했다. 왕관을 쓴 자는 권력과 명예를 얻는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올…

    • 202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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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너를 이긴 푸들[이은화의 미술시간]〈99〉

    터너를 이긴 푸들[이은화의 미술시간]〈99〉

    한 무리의 견공이 책상이 있는 실내에 모여 있다. 붉은색 안락의자에 앉은 하얀 푸들은 다양한 종류의 개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앞에 펼쳐진 책 위에 한 발을 올려놓은 채 먼 데를 바라보는 푸들의 눈빛은 마치 깊은 상념에 빠진 사람을 연상케 한다. 이 그림을 그린 에드윈 랜지어는 열…

    •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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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평을 이긴 명화[이은화의 미술시간]〈98〉

    혹평을 이긴 명화[이은화의 미술시간]〈98〉

    농부로 보이는 남녀가 하얀 집을 배경으로 서있다. 쇠스랑을 든 남자는 기분 나쁜 표정으로 관객을 응시하고 있고, 앞치마를 입은 여자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옆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이 왜 이런 표정으로 서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그림은 미국 아이오와 출신의 무명 화가 그랜트 우드에게 …

    • 2020-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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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이 된 정치 구호[이은화의 미술시간]〈97〉

    미술이 된 정치 구호[이은화의 미술시간]〈97〉

    독일 카셀에서 5년마다 열리는 ‘도쿠멘타’ 전시에 가보면 이것이 예술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든 작품을 종종 만난다. 2017년 행사는 특별히 그리스 아테네와 동시에 진행돼 더 주목을 받았다. 두 도시의 거리 곳곳에는 “우리 모두가 국민이다”라는 문구가 12개국 언어로 새겨진 대형 현수…

    • 20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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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네치아의 다빈치[이은화 미술시간]〈96〉

    베네치아의 다빈치[이은화 미술시간]〈96〉

    ‘베네치아 화파’의 창시자라 불리는 조르조네는 짧은 생을 살다 간 베일에 가려진 화가다. 그가 화가로 활동한 기간은 15년에 불과했지만 16세기 전기 작가 조르조 바사리는 그를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비견될 위대한 화가로 평가했다. 그의 대표작 ‘폭풍’도 그의 생애만큼이나 수수께끼로…

    • 202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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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화의 반전[이은화의 미술시간]〈95〉

    가족화의 반전[이은화의 미술시간]〈95〉

    잘 차려입은 남편이 두 아이를 데리고 침실로 들어서고 있다. 침대에 누운 아내는 손을 뻗어 이들을 맞이하고 있고, 오른쪽에는 유모처럼 보이는 여성이 갓난아기를 안고 있다. 아내의 출산을 축하하러 온 남편과 아이들을 그린 그림일까? 17세기 영국 화가 다비드 데 그랑주가 그린 이 그…

    •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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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4년 만의 재결합[이은화의 미술시간]〈94〉

    114년 만의 재결합[이은화의 미술시간]〈94〉

    실연의 상처는 시간이 치료해 주기도 하지만 평생 남기도 한다.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세 번의 사랑에 실패한 뒤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이 그림은 자신과 그의 마지막 사랑이자 약혼녀였던 툴라 라르센을 그린 초상화다. 사랑하는 연인치곤 너무 우울해 보이는 데다 그림도 세로로 분할…

    • 20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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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멘토 모리[이은화의 미술시간]〈93〉

    메멘토 모리[이은화의 미술시간]〈93〉

    대사는 최고 권력자의 명을 받아 외국에 파견된 외교사절을 말한다. 대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 ‘앰배서더’의 어원도 라틴어 ‘암바크투스(Ambactus)’로 신하, 하인 등의 의미가 있다.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은 16세기 대사의 모습을 시대상과 함께 보여주는 걸작이다. 독일 태생이지만…

    • 202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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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르디아스의 매듭[이은화의 미술시간]〈92〉

    고르디아스의 매듭[이은화의 미술시간]〈92〉

    사람보다 큰 검은 쥐들이 원을 그리며 빙 둘러 서있다. 바깥쪽을 향해 몸을 세운 채 앞발을 치켜들고 있다. 앞으로 나가고자 하나 꼬리가 한데 묶여 있어 꼼짝할 수가 없다. 독일 조각가 카타리나 프리치의 ‘쥐 왕’은 강렬한 이미지와 압도적인 스케일로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큰 주…

    • 202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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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 한 사람[이은화의 미술시간]〈91〉

    단 한 사람[이은화의 미술시간]〈91〉

    12월에 병원을 찾는 우울증 환자가 더 늘어난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나 연말 분위기를 즐기는 이들을 보며 외로움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도시민의 외로움과 고독의 절정을 보여준다. 그림은 야심한 밤 뉴욕 맨해튼 …

    • 201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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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 뚫은 성모[이은화의 미술시간]〈90〉

    귀 뚫은 성모[이은화의 미술시간]〈90〉

    르네상스 3대 미술 거장에 속하는 라파엘로는 성모를 그리는 데 탁월했다. 그의 그림 속 성모는 우아하면서도 인간적인 어머니의 모습이라 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핑크 마돈나’ 역시 아기 예수를 무릎에 앉혀 놓고 놀아주는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런데 성모의…

    • 201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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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장의 조언[이은화의 미술시간]〈89〉

    거장의 조언[이은화의 미술시간]〈89〉

    영향력 있는 사람의 말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19세기 미국 화가 차일드 하삼은 프랑스 유명 화가의 말 한마디에 도시 풍경을 그리는 화가가 됐다. 이 그림은 그가 처음으로 그린 도시 풍경화다. 도대체 프랑스 화가가 뭐라고 했기에 그는 이런 겨울 풍경화를 그린 걸까? 그…

    • 201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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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그르의 마지막 여성 초상화[이은화의 미술시간]〈88〉

    앵그르의 마지막 여성 초상화[이은화의 미술시간]〈88〉

    푸른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초상화다.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화려한 이브닝드레스, 금과 다이아몬드, 진주 등으로 장식한 값비싼 장신구들, 기품 있게 단장한 검은 머리, 금색 의자 위에 걸쳐 놓은 금색 자수의 숄 등 한눈에 봐도 파티나 무도회장에 가려는 차림인 듯하다. 그런데 여성의 표정…

    • 20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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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인의 고통[이은화의 미술시간]〈87〉

    타인의 고통[이은화의 미술시간]〈87〉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는 하늘을 날다 추락해 죽은 비운의 주인공이다. 발명가인 아버지와 함께 미궁에 갇혔다가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 덕에 탈출한다. 하지만 더 높이 날고 싶은 욕망에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태양 가까이 날다 밀랍이 녹아 바다로 떨어지고 만다. 비극적이…

    • 201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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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속임 그림[이은화의 미술시간]〈86〉

    눈속임 그림[이은화의 미술시간]〈86〉

    덴마크의 코펜하겐 국립미술관에 가면 눈을 의심케 하는 특이한 그림 한 점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대표 소장품 중 하나지만 아무도 이 그림의 앞면을 본 적이 없다. 항상 뒷면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림이 왜 뒤집어져 있지? 아직 설치가 끝나지 않은 건가?’ 벽이 아닌 바닥에 놓인 그…

    • 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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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울 보는 여자[이은화의 미술시간]〈85〉

    거울 보는 여자[이은화의 미술시간]〈85〉

    긴 웨이브 머리의 여성이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오른손엔 손거울을 들고 왼손으론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있다. 피부는 창백할 정도로 희고 볼은 빨갛게 상기되었다. 조금은 지쳐 보이기도 하고 긴 생각에 잠긴 것도 같은 그녀는 누굴까? 화가는 왜 거울 보는 장면을 그린 걸까? 이 그림은…

    •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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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동안 그린 엄마[이은화의 미술시간]〈84〉

    10년 동안 그린 엄마[이은화의 미술시간]〈84〉

    엄마의 죽음보다 큰 상실의 고통이 있을까. 화가 아실 고르키는 청소년기에 엄마를 잃었다. 부모의 보살핌 대신 가난과 고난 속에서 자란 그는 화가가 된 후에야 엄마를 애도할 수 있었다. 이 그림은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과 엄마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왠지 우울해 보인다. 도대체 그의 …

    • 20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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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작의 재발견[이은화의 미술시간]〈83〉

    명작의 재발견[이은화의 미술시간]〈83〉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는 렘브란트와 함께 17세기 네덜란드 미술을 대표하는 국민화가다. 하지만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그는 역사에서 완전히 잊힌 화가였다. 사후 거의 200년 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그는 어떻게 세계적인 화가로 재발견될 수 있었을까? 이 그림은 페르메이르가 남긴 …

    •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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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네와 스캔들[이은화의 미술시간]〈82〉

    마네와 스캔들[이은화의 미술시간]〈82〉

    스캔들은 유명인에겐 치명적이지만 무명인에겐 명성의 사다리가 되기도 한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는 스캔들을 통해 명성을 얻었다. 인상주의의 주창자였지만 그 자신은 인상주의 전시회에 참여하지 않고 국가의 공식 전람회인 살롱전을 통해 인정받기를 원했다. 1667년 루이 …

    •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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