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새로 만들어지는 대포통장은 32만 개, 하루 876개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이 숫자도 과소 추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이스피싱을 제외한 불법도박, 마약 거래, 투자 사기 등에 쓰인 대포통장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 오가는 자금은 파악되지 않지만, 단 하나의 대포통장 조직이 12조 원을 세탁하다가 적발된 사례를 고려하면 업계에서는 전체 규모가 최소 수십조 원이라고 봅니다.
대포통장은 검은돈이 오가는 혈관입니다. 범죄 조직은 대포통장이 없으면 돈을 받을 수도, 숨길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지하 혈관을 만드는 비용은 생각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신용불량자 한 명과 6일이면 충분했습니다. 이 통장의 흐름만 틀어막아도 범죄조직은 괴사할 수 있습니다. 검은 돈이 흐르는 혈관을 조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 혈관은 사실상 방치되어 있습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5년치 대포통장 12만 6866개를 분석하고 대포통장 공급 조직 관계자 4명과 피해자 10명, 수사기관 관계자 9명 등 총 58명을 5개월 넘게 접촉했습니다.
우선 동아일보 히어로 콘텐츠팀은 정부에 배달 대행 업체로 등록된 ‘대한퍼스트’ 명의의 대포 통장과 그로 인한 피해자들을 추적했습니다. 대한퍼스트는 사실 대포통장을 만들어 범죄조직에 파는 유령 회사였습니다. 가짜 투자사이트에 속아 대한퍼스트의 대포통장에 아내의 병원비로 사용했던 마지막 남은 전 재산인 전세금 4500만 원을 입금한 유종수(가명‧80) 씨, 3년 동안 모은 5000만 원을 입금했다가 투자 사기를 당한 배관공 양재호(가명·52) 씨, 빵과 옷을 팔아 모은 노후자금 900만 원을 잃은 남옥순(가명·68) 씨, 2년 동안 모은 2500만 원을 날린 외벌이 회사원 이승훈(가명·42) 씨…. 취재팀이 확인한 것만 대한퍼스트의 대포통장 30개에 유 씨를 포함해 최소 189명이 돈을 뜯겼습니다. 이들의 절절한 사연이 히어로콘텐츠 ‘히든 : 검은 돈의 혈관, 대포통장’ <1> 범죄수익 실어나르는 ‘지하통로’에 담겨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법망의 틈새에서 범죄의 핵심 부품인 대포통장은 쉴 새 없이 찍혀 나오고 있습니다. 히어로콘텐츠팀은 대포통장 조직이 왜 하필 제2 금융권을 노리는지,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상황을 미리 막는지 등을 앞으로 상세하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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