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총 2400만 배럴의 원유를 긴급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직전 600만 배럴에 이어 추가로 1800만 배럴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국내 하루 석유 소비량의 약 8배 물량을 확보한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원유 확보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대통령 특사로 최근 UAE를 방문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을 직접 만나 원유 공급을 요청했고, UAE 측으로부터 “한국이 최우선 공급 대상”이라는 확약을 받았습니다. 단순한 상업 계약을 넘어 양국 간 신뢰와 전략적 관계가 작동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UAE는 자국 선박 3척으로 600만 배럴을, 한국 선박 6척으로 1200만 배럴을 각각 수송하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공급 계획도 마련했습니다.
한국과 UAE는 또 호르무즈 해협을 대체할 수 있는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 양해각서(MOU)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란의 해협 봉쇄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우회로 확보’는 곧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죠.
정부는 이와 함께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습니다. 특히 석유화학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해 수출 통제와 비축, 수입처 다변화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다만 현실적인 변수도 적지 않습니다. 원유를 실은 선박이 국내에 도착하기까지는 약 한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사이 중동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실제로 UAE의 주요 원유 수출 거점인 푸자이라 항구는 이란의 공격으로 선적이 중단되는 등 공급망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결국 이번 원유 확보는 시간을 번 조치에 가깝습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에너지 확보는 외교, 안보, 산업 정책이 결합된 총력전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습니다. 보다 장기적인 공급망 전략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지가 관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