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때리기’로 선거운동한 아베…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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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19일 0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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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인 한국과 당연히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 그러나 지금 공은 (일본이 아닌) 한국 측에 있다.”

일본 집권 자유민주당 총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7·21 참의원(상원) 선거’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이던 지난 4일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관련 핵심소재 3종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발동한 것을 시작으로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정부·여당 인사와 극우·보수 성향 언론들을 동원, ‘한국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일각에선 일본의 이번 조치가 “참의원 내 개헌 발의선 확보를 위한 ‘선거용 전략’이며, 선거가 끝나면 일본도 확전을 자제하고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 그러나 아베 총리의 남은 임기와 최근 대내외 정국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현재의 전략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집권 7년차…아베노믹스 등 국정동력 ‘삐걱’

일본의 이번 참의원 선거는 아베 총리가 2012년 자민당 총재로 복귀한 뒤 6번째 치르는 국회의원 선거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대규모 경기부양책, 정상회담만 500회가 훌쩍 넘는 이른바 ‘지구의(地球儀) 부감(俯瞰) 외교’, 그리고 여야 정치권에 만연한 대안부재론 등에 힘입어 5차례의 중의원(하원) 및 참의원선거에서 연승 행진을 기록했다.

특히 2017년엔 자신과 부인 등이 연루된 ‘사학 스캔들’이 터져 지지율이 20%대까지 급락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이 반전의 기회를 마련해줬다.

그러나 올해 참의원 선거는 상황이 좀 다르다. 당장 북한이 작년부터 ‘대화 모드’로 돌아서면서 보수 지지층의 ‘묻지 마 표심’을 자극할 만한 변수가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모기장 밖으로 쫓겨났다”는 ‘재팬 패싱’ 논란마저 일었다.

게다가 시행 6년여를 맞은 ‘아베노믹스’는 후생노동성의 근로통계 조작 등으로 성과가 부풀려진 사실이 드러난 데다 올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과 공적연금 보장성 논란 탓에 전방위 공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인지 자민당의 이번 참의원선거 공약집에선 ‘아베노믹스’란 표현이 단 3회만 등장할 정도로 후순위로 밀렸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가 국내외 반발과 우려를 무릅쓰고 꺼내든 ‘카드’가 바로 한국을 겨냥한 수출규제다. 이 때문에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니다”는 그들의 주장처럼 이번 조치엔 다른 ‘그림’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임기 내 개헌 완수’ 위해 참의원 3분의2 확보 총력

작년 가을 자민당 총재 3선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스스로 물러나거나 중의원에서 불신임을 받지 않는 한 총재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21년 9월까지 총리직을 수행한다.

중의원은 현재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이 3분의2 이상 의석(전체 465석 중 314석)을 차지하고 있어 아베 총리가 타의로 총리직에서 쫓겨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민·공명 양당은 참의원에서도 242석 가운데 146석으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가기 위해 ‘자위대 합헌화’ 등 임기 내 개헌 완수를 목표로 하고 있는 아베 총리에게 현재의 참의원 의석은 불충분하다. 개헌 발의엔 중·참 양원에서 각각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투표일 직전까지 지지세 결집과 함께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무당파’ 유권자들을 흡수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NHK의 이달 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가 약 40%에 이른다.

◇선거 후에도 ‘정권 구심력’ 유지 위해 한국 이용 가능성

아베 총리의 바람대로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선이 확보되더라도 실제 헌법 개정을 이루려면 지나야 할 관문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국민투표 과반 찬성’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12~1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개헌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응답 모두 38%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 아베 총리로선 선거가 끝난 뒤에도 개헌 찬성 여론을 끌어올리는 데 재차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치경제정보지 ‘도쿄 인사이드라인’의 도시카와 다카오 편집장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한 건 선거 등 눈앞의 정치적 이익 때문이 아니다”면서 “아베 총리는 한일관계의 근간을 바꾸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진 쓰다주쿠(津田塾)대 교수도 최근 뉴스1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이번 수출규제 조치 등과 관련해 “한일 관계의 근본적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런 분석대로라면 만에 하나 아베 총리가 이번 선거에서 패하더라도 한국과의 갈등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임기 2년여 간 레임덕 방지를 위해서라도 ‘외부의 적’을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이유에서다.

산케이신문·데일리신초 등 보수매체들이 “수출규제와 참의원선거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기사나 칼럼을 내보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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