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의회서 김정은 ‘불꽃’ 방어? “도대체 金 뭐가 좋냐” 책임 추궁에…

  • 뉴스1
  • 입력 2019년 3월 28일 14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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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김위원장 비난 거부는 인권 문제 그냥 넘기는 것”

도대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뭐가 좋은 거냐며 연거푸 묻는 미 의원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의회에서 설전을 벌였다. 오토 웜비어 사망에 대한 김 위원장의 책임을 묻는 추궁에 “정치적 축구(football·정쟁을 의미)로 만들지 말라”고 말하는가 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뿐 아니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친구’라고 부른 적이 있다며 김 위원장을 비호했다.

27일(현지시간) 미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톰 맬리나우스키(민주·뉴저지) 하원의원은 ‘2020 회계연도 예산 요청’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폼페이오 장관을 상대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작심한듯 질문을 퍼부었다. 둘은 난타전에 가까운 불꽃튀는 설전을 벌였지만 맬리나우스키 의원의 집요한 공격의 칼날은 번번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패에 부딪쳐 미끄러졌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인권 담당 차관보를 지냈던 맬리나우스키 의원은 김 위원장이 북한의 노동수용소 유지, 삼촌의 처형과 이복 동생의 화학 물질에 의한 암살 등에 대한 책임이 있는지를 각각 물었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그는 그 나라의 지도자다”(He’s the leader of the country)라는 다소 모호한 대답을 반복해서 내놓았다.

둘의 감정은 웜비어 죽음 문제로 오면서 격화됐다.

웜비어는 북한에 장기 억류돼 있다 지난 2017년 혼수 상태로 풀려난 뒤 곧 숨진 미국인 대학생이다. 의원은 죽음 직전까지 웜비어가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불허한 데 대한 책임이 김 위원장에게 있느냐고 질문했지만 장관은 ‘(개인이 아닌) 북한 체제에 책임이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웜비어) 가족들이 대단히 고통받았다”고만 대답했다.

그러자 맬리나우스키 의원은 “도대체 (김정은이) 뭐가 좋은 거야?”고 원색적으로 물었다. “도대체 뭐가 좋냐”와 “가족들이 고통받았다”는 말을 탁구공처럼 주고받다가 폼페이오 장관은 “선생(Sir), 이를 정치적 축구로 만들지 마시오. 부적절하니까”라고 정색하며 답했다.

하지만 공격은 다시 이어졌다. 그는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위원장)을 좋아하기 때문에 제재 철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는데 앙겔라 메르켈(대통령)에 대해 (트럼프)대통령이 그런 존경이 담긴 말이 쓴 적이 있는가? 공개적으로 그녀를 친구라고 불렀는가?” 질문했다.

그러자 폼페이오 장관은 “나는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메르켈 총리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었다. 공공장소였는지 아닌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응수하며 의원의 입을 막았다.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 재무부가 최근 발표한 북한 관련 추가 제재를 철회할 것을 지시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그후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런 제재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하겠다고 했던 추가 제재와 관련해 그런 건 원래 없었는데 행정부 관료들이 대통령 발언이 가져올 파장을 무마하기 위해 한 말이며,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제재는 그 전날인 21일 발표된 중국 선박에 대한 제재를 얘기한 것이란 보도가 나오는 등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설전에 관해 보도하면서 사우디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과 웜비어 죽음을 비교했다. 그러면서 사우디와의 사업 관계 때문에 카슈끄지 살해사건 관련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김 위원장에 대한 비호도 ‘사업의 대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개인으로서의 김 위원장을 비난하기를 거부한 것이 사실상 그에게 이 문제(인권)에 대한 통과증을 주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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