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애 엄마·아빠 10년 “우린 보듬어주는 역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1월 28일 06시 57분


10년간 ‘부부’로 지낸 송민형(왼쪽)과 김정하. 2007년 시작해 10년째 방송 중인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주인공 영애씨(김현숙)의 부모로 출연하는 이들은 “드라마가 끝나면 황혼이혼”이라면서도 손으로는 하트를 그려보였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10년간 ‘부부’로 지낸 송민형(왼쪽)과 김정하. 2007년 시작해 10년째 방송 중인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주인공 영애씨(김현숙)의 부모로 출연하는 이들은 “드라마가 끝나면 황혼이혼”이라면서도 손으로는 하트를 그려보였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tvN ‘막돼먹은 영애씨’ 이영애 부모 역 송민형·김정하

2007년 시즌1부터 출연한 장수 부부
현실 속 가정의 모습 그대로 리얼 연기
집이 존재하는 이유 점점 작아져 애석

케이블채널 tvN의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는 타이틀롤인 이영애 역의 김현숙에 시선이 쏠리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두 인물이 있다. 2007년 시즌1 시작 후 현재 방영중인 시즌15까지 터줏대감, 안방마님으로 출연 중인 이영애 부모를 연기하는 송민형(62)과 김정하(62)다.

“‘영애씨’ 종영하면 우리는 황혼이혼인가? 하하!”

송민형과 김정하는 자그마치 10년의 세월을 부부로 지내고 있다. 나이도 같아 “함께 늙어가는 재미”를 즐기는 것도 쏠쏠하다. 송민형은 “영애 엄마(김정하) 때문에 나도 곁다리로 10년 장수한 것 같다”며 “엄마를 과부로 둘 수 없으니 나까지 살아남은 게 아닐까”라며 웃었다.

‘영애씨’ 속 송민형은 가정적이고 다정한 아버지상을 보여준다. 마흔 살이 코앞인 딸의 결혼 문제에 엄마가 잔소리를 퍼부으면 “허, 사람 참”이라며 중재 역할을 한다. 그럴 때 마다 엄마는 “남의 속도 모르고”라며 울화를 토해낸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다. 우리 집의 부모를 보는 듯한 송민형과 김정하의 연기력도 ‘영애씨’의 장수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실제 두 사람의 성격은 ‘영애씨’와 정반대라 흥미롭다. 김정하는 “극성스럽지 않”고 “욕을 연구해서” 연기할 정도다. 송민형은 오토바이를 즐긴다. 드라마에서는 ‘딸 바보’, ‘손녀 바보’이지만 실제로는 “나이 들수록 방에 처박혀 있는 게 싫어” 항상 무언가에 도전한다. 내년에 이루고 싶은 꿈은 “중년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진행자”다. 가만히 듣고 있던 김정하가 “아내가 혼자 있고 싶어서 오토바이를 사준 게 아닐까”라고 놀려도 ‘쿨’하게 넘기는 면모는 극중의 ‘꽁’한 모습과는 대조를 이룬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다. 처음에는 주책 같아 싫었는데, 저렇게 사는 것도 즐거운 인생이지 않을까.”(김정하)

이제는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안다. 집안끼리도 친해졌다. 송민형은 “실제 아내에게는 허니, 엄마(김정하)에게는 여보”라고 부른다. 송민형의 아내는 김정하의 전화에 “당신 부인한테 왔다”며 건넬 정도로 허물없이 지낸다. 시즌15 첫 촬영 당시 제주도에 갔을 때는 한 펜션에서 1, 2층으로 나눠 지내기도 했다.

배우 송민형-김정하.스포츠동아DB
배우 송민형-김정하.스포츠동아DB

두 사람 모두 결혼 후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송민형은 오랫동안 홀로 키웠던 아들을 장가보내고 아내와 단 둘이 “즐겁고 재밌게 살자”는 목표로 친구처럼 살아가고 있다. 김정하는 어릴 때부터 한번도 떨어진 적 없던 아들의 출가를 최근 허락했다. 이제 한 달이 지났지만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것 같다. 초저녁만 되면 눈물나고, 내 몸이 쪼그라드는 것 같아 허전하다”고 했다. 그러나 “내보내는 과정에서 아들의 속내를 알 수 있어 다행이다”며 “나를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겨 독서할 여유가 생겼다. 악극과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계기도 됐다”며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한 차례 인생의 고비는 ‘영애씨’를 통해 만난 “친구 같은 동반자”로서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주고 있다. 언제까지나 이 시즌이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제작진보다 크다. 드라마에 대한 애착이 큰 만큼 아쉬움이 클 때도 있다.

“영애가 사회에서 고군분투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보듬어주는 역할이다. 시즌1 때부터 이 부분은 지금도 변함없다. 시즌을 더해가면서 직장생활 모습에 집중되긴 했지만, 집이 존재하는 이유와 무게감이 점점 작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현실 속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드라마의 역할이고, 그 역할을 이행하는 게 우리다.”

● 송민형

▲1954년 3월생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 ▲1964년 KBS ‘어린이극장-혹부리 영감’으로 데뷔 ▲1977년 연극배우로 본격적 활동 ▲1980년 미국행 ▲LA 한인 라디오 진행 ▲1995년 SBS 시트콤 ‘LA 아리랑’ 계기로 귀국 ▲‘야인시대’ ‘주몽’ ‘태왕사신기’ 등 조연으로 활약 ▲2007년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부터 현재 15까지 출연 중

● 김정하


▲1954년 4월생 ▲1971년 연극, 뮤지컬배우로 데뷔 ▲1972년 MBC 5기 공채 탤런트 ▲‘서울 뚝배기’ ‘동방각하’ ‘사랑이 꽃피는 교실’ ‘명성황후’ 등 감초 역할 ▲2007년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부터 현재 15까지 출연 중 ▲2016년 연극 ‘여보 나도 할 말 있어’ 출연 ▲2017년에는 영화 조연으로 활동 반경 넓혀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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