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빈 “힘들 때도 발레연습하면 위로가 돼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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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콩쿠르 휩쓰는 차세대 발레스타 이수빈

이수빈은 무대에선 한없이 진지하지만 학교에서는 ‘푼수’로 불린다. “무대와 달리 학교에서는 고상한 캐릭터가 아니에요. 얼굴이 두껍다는 얘길 들을 정도로 웃기는 연기도 잘해요.” 바가노바 국제발레콩쿠르 조직위원회 제공
이수빈은 무대에선 한없이 진지하지만 학교에서는 ‘푼수’로 불린다. “무대와 달리 학교에서는 고상한 캐릭터가 아니에요. 얼굴이 두껍다는 얘길 들을 정도로 웃기는 연기도 잘해요.” 바가노바 국제발레콩쿠르 조직위원회 제공
 한 번도 힘든 국제발레콩쿠르 우승. 두 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발레리나 이수빈(18·한국예술종합학교 2년)은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7회 바가노바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여자 시니어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바가노바 콩쿠르는 세계적인 마린스키 발레단 산하의 바가노바 아카데미가 주최한다. 울리야나 로팟키나(1990년 1위), 스베틀라나 자하로바(1995년 2위) 등 세계적 무용수들이 이 대회 출신이다.

러시아 바가노바 국제발레콩쿠르에서 남녀 시니어 부문 1위를 차지한 이상민(왼쪽)과 이수빈. 바가노바 국제발레콩쿠르 조직위원회 제공
러시아 바가노바 국제발레콩쿠르에서 남녀 시니어 부문 1위를 차지한 이상민(왼쪽)과 이수빈. 바가노바 국제발레콩쿠르 조직위원회 제공
 이수빈은 2014년 불가리아에서 열린 바르나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주니어 부문 그랑프리를 비롯해 3관왕을 차지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과 김주원, 김지영, 황혜민 등 한국 스타 발레리나의 계보를 잇는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는 그를 4일 전화 통화로 만났다.

 “바르나 콩쿠르 때보다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어요. 러시아의 텃세가 있을 것이라 예상해서 입상만 해도 체면은 세우겠다고 생각했는데 1등 해서 기뻐요.”

 바가노바 콩쿠르에서 그는 예전에 전막으로 무대에 서 봤던 ‘지젤’ 2막의 파드되(2인무)를 선보였다. “전막에서는 스토리와 흐름이 있다 보니 감정에 중점을 둬요. 반면 콩쿠르는 경쟁을 하다 보니 흠 잡을 곳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작과 표정에 중점을 두고 연습을 했어요.”

 그는 해외에서 먼저 인정한 무용수다. 8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1회 국제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은 그를 한국인 무용수로 유일하게 초청했다. “마린스키 발레단의 발레 마스터가 바르나 콩쿠르 때 저를 인상 깊게 봤나 봐요. 12월 마린스키 극장에서 열리는 ‘백조의 호수’ 공연도 출연을 상의 중이에요.”

 바가노바 콩쿠르 출전도 바가노바 아카데미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발렌티나 코즐로바 콩쿠르 갈라 공연 때 바가노바 아카데미 교장이 저를 보더니 콩쿠르에 출전하라고 권유했어요. 당시에는 나갈 생각이 없었는데 출전하길 잘한 것 같아요.”

 바가노바 콩쿠르 참가는 그를 일깨운 ‘죽비’와 같았다. “국내외 공연에 자주 서면서 저도 모르게 ‘이제 프로구나’라는 자만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2년 만에 콩쿠르 준비를 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그는 새벽부터 밤 12시까지 발레에 매달리는 연습벌레다. 발레와 연애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힘든 일이 있으면 혼자 삭이는 편이에요. 발레를 하고 있으면 스스로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힘들수록 더 연습하죠.”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은 9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수빈을 “어떤 해외 발레단이라도 데려가고 싶을 정도로 잠재력이 큰 무용수”라고 지목했다. 김기민 이외에도 많은 무용수들이 차세대 무용수로 이수빈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영국 로열 발레단과 마린스키 발레단 등 세계 유명 발레단에 입단하고 싶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요. 기회가 되면 어디든 입단해 프로 무용수로 활동하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발레리나#이수빈#국제발레콩쿠르 우승#바가노바 국제발레콩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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