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 생명과학부 “인류생존 우리 손에 달렸다” 미래 주력산업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0일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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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 및 학생들이 참가한 ‘생명과학부 수업기술 향상 워크샵’에서 김재연 학부장이 특강을 하고 있다.
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 및 학생들이 참가한 ‘생명과학부 수업기술 향상 워크샵’에서 김재연 학부장이 특강을 하고 있다.

약 75억 명인 세계 인구는 30년 뒤에는 9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하루에 약 20만 명이 증가하고 매일 약 8억 명이 배고픔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인류에게 식량은 의약품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런데 사막화와 토양침식 가속화로 농경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우선 면적당 생산량을 극대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식량원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생명과학의 임무 중 일부분이다.

지금까지 생명과학의 응용은 주로 농업과 식품분야에서 이뤄져 왔다. 그런데 미래의 생명과학은 의료, 환경, 화학, 전자 등 다양한 산업분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유한자원인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탄소소재를 대체할 친환경 바이오소재 개발, 개인 인간 게놈(한 생물체가 지닌 모든 유전정보) 해독 시대를 거쳐 맞춤형 개인 의약시대를 선도할 견인차가 바로 생명과학이다.

경상대 김재연 생명과학부장은 “머지않은 미래에 컴퓨터나 로봇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단순 직종은 거의 사라질 것이다. 반면 빅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그런 컴퓨터 및 로봇을 조종하고 관리하는 업종, 생명과학처럼 단순한 로봇에 의해 대체될 수 없는 창의적 연구 분야 등이 인기 업종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대 김재연 생명과학부장은 “머지않은 미래에 컴퓨터나 로봇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단순 직종은 거의 사라질 것이다. 반면 빅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그런 컴퓨터 및 로봇을 조종하고 관리하는 업종, 생명과학처럼 단순한 로봇에 의해 대체될 수 없는 창의적 연구 분야 등이 인기 업종으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명은 문자의 읽기에서 시작해 창작을 동반하는 쓰기의 시대로 발전한다고 비유해 보자. 정보통신은 이미 쓰기의 시대에 접어들어 다양한 응용산업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생명과학은 이제 읽기의 전성시대에 들어섰다.

생명과학의 핵심기술 중 게놈 읽기 기술은 2000~2007년까지는 ‘무어의 법칙(컴퓨터 성능은 1.5~2년 만에 2배로 증가한다)’에 따라 발전해오다가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적인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40·미국)의 유방절제다.

졸리는 2013년 5월 ‘내 의학적 결정’이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유방암을 일으키는 변형 유전자(BRCA1)가 내 몸에서 발견돼 예방 차원에서 양쪽 유방을 모두 절제했다’고 밝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섹시 아이콘’인 여배우로선 결코 쉽지 않았을 이 선택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한마디로 인간 게놈 읽기 기술의 수준과 정확도가 그 단계까지 발전했다는 방증이다. 졸리는 유방암 발생률 87%, 난소암 위험도 50%의 진단을 받았다. 그의 어머니와 이모가 유방암으로 사망한 사실도 암 발병 이전의 사전 절제 결심을 이끌어냈을 것이다.

경상대학교 김재연 생명과학부장은 “게놈 읽기 응용기술은 우리 생활을 획기적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머지않아 맞선 볼 때 개인 유전자 칩을 교환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생명과학의 진보가 인류의 생활을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지 무척 궁금하다”고 말했다.

생명과학은 일찌감치 1990년부터 경상대의 핵심 분야였다. 지방 국립대로서는 독보적으로 주요 국책 연구와 교육사업에 빠짐없이 선정됐다. 식물 연구 분야 최초의 우수연구센터(SRC)와 국가핵심연구센터(NCRC)를 유치했고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NURI)과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에도 선정됐다. 지방 국립대학 중 유일하게 BK21 1~3단계도 모두 수행했고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도 따냈다. 또한 지방 국립대 중 세계수준대학육성사업(WCU) 최다 선정 등 각종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특성화사업단(CK-1) 연구인턴 프로그램에 참가한 경상대 생명과학부 학생들(오른쪽부터 이예린, 강수환, 어윤제)이 대학원 연구현장인 식물생장실에서 생육 상태를 관찰, 기록하고 있다.
특성화사업단(CK-1) 연구인턴 프로그램에 참가한 경상대 생명과학부 학생들(오른쪽부터 이예린, 강수환, 어윤제)이 대학원 연구현장인 식물생장실에서 생육 상태를 관찰, 기록하고 있다.

이런 지속적인 연구와 교육사업을 통해 경상대 생명과학분야는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력과 교육 인프라를 확보해 왔다. 한 예로 식물세포 간 정보교환 분야에서 국제적인 연구경쟁력을 지닌 김재연 학부장은 국제공조를 통해 식물로는 7번째, 채소로는 최초로 오이 게놈을 해독하여 Nature Genetics. 2009에 발표하는 등 70여 편의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경상대는 2014년 교육부 대학특성화사업(CK-1)과 특성화 우수학과에 잇달아 선정된 것을 계기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2015학년도부터 생명 3과(생화학과, 미생물학과, 생물학과)를 통합했다. 학부생 400여 명의 대형 특성화 학부로 거듭나면서 생명과학부는 명실공히 생명과학 모든 분야를 커버할 수 있는 28명의 교수진을 갖췄다. 학생대비 교수 비율도 좋아지면서 학생 개인 맞춤형 진로지도 시스템을 구축했다.

“교수진의 뛰어난 논문실적과 전국 최고의 연구 환경에 매료돼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경상대 생명과학부로 편입했다”는 어윤제 씨(4학년)는 “암세포를 간단하고 정확하게 사멸시킬 수 있는 메커니즘을 찾아, 인류를 암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상대 생명과학부의 교육 목표는 창의적인 연구인재와 생명산업을 이끌 현장 리더형 인재 육성.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톱 50 생명과학 명품학부’ 진입이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학부 졸업생들의 대학원 진학을 독려하고 있다. BK21플러스 프로그램을 수행 중인 생명과학부 대학원에 진학하면 등록금을 전액 면제해 준다.

미국 미주리대와의 ‘3+2 학석사 연계프로그램’도 실시 중이다. 경상대에서 3년, 미주리대에서 2년을 공부하면 경상대 학사, 미주리대 석사학위를 수여하는 독특한 제도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미주리대, 퍼듀대, 코펜하겐대 등 다수의 세계적인 대학들과 공동 박사학위제도도 운영 중이다. 이는 학점교류와 교환학생을 통해 파트너 대학의 박사과정을 동시에 수행하는 프로그램으로 국내 대학 중 경상대가 최초로 도입했다. 이렇게 배출된 우수 인재들은 대학교수, 국공립사립연구소 연구원(생명공학연구원, 국립생태원, 국립생물자원관, 원자력연구소, 농촌진흥청, 기업체 연구소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강수환 씨(3학년)는 “환경오염으로 지구가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미생물을 이용한 환경오염물질 제거 분야에 관심이 많다. 마침 CK-1 사업단이 주관한 겨울방학 프로그램이 폐수에 들어있는 물질 중 페닐 아세트산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찾는 것이었다. 책으로만 알던 것과 연구실에서 직접 실험 기구를 사용하며 배운 것과는 차이가 있어 느낀 것이 많았다”고 뿌듯해 했다.

한편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생명과학산업에 종사하려는 학생들에게는 LINC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하고 적극적인 취업 지원을 하고 있다. 가족기업(학과 차원에서 산학협력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수도 2014년 말 현재 1032개나 된다.

2014년 특성화사업단(CK-1) 및 특성화 우수학과 출범식에서 경상대 권순기 총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특성화사업단장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4년 특성화사업단(CK-1) 및 특성화 우수학과 출범식에서 경상대 권순기 총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특성화사업단장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요즘 서울지역 사립대는 한 학기 등록금이 5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반면 국립대인 경상대 생명과학부의 실질적인 한 학기 등록금은 100만 원에 불과하다. 2014년 기준으로 등록금은 410만 원이지만 모든 학생들은 기본 장학금 200만 원, 특성화사업 장학금 107만 원을 받기 때문에 등록금의 장학금 환급률이 75%나 된다.

이예린 씨(3학년)는 “생명과학부는 장학재원이 풍부해서 일정 성적만 유지하면 전액부터 반액 장학금, 수업료 면제 등으로 경제적 부담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다. 기숙사도 새로 문을 열어 총 4000여 명이나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학성적은 2015학년도 기준으로 정시, 수시 모두 과목별로 평균 3~4등급이었으며 수시에서 60%, 정시에서 40%를 뽑았다. 경상대 생명과학부를 졸업하려면 졸업논문 작성외에도 대학원 진학, 취업진로 확정 또는 TOEIC 800점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김재연 학부장은 “시작할 때 수능 등급에서 차이가 나지만 경상대 생명과학부는 우수한 교육시스템을 통해 서울의 1~2등급 학생과 당당히 경쟁하거나 더 우수한 학생들도 배출해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성장 동력이 정보통신이라면 미래의 확실한 성장 동력 중 하나는 생명과학이다. 개인 휴대전화 시대처럼 미래는 개인 게놈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의학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식량과 환경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생명과학은 인류의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미래의 주력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중심에 경상대 생명과학부가 있다.

진주=안영식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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