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함철훈]새 원전 건설 두고 몽니 부리는 삼척시의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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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철훈 한양대 대학원 특임교수
함철훈 한양대 대학원 특임교수
현대사회는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지방자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만약 지방자치단체가 지방행정의 고유성만을 내세워 국정 전체의 통합성을 저해한다면 이는 지방자치 제도의 취지를 무시하는 처사이다.

원자력발전소는 부지 선정에서부터 가동에 이르기까지 10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술 진보 및 인문 환경 등 변화를 고려해 다단계 절차를 설정하고 이를 법률로 규제한다. 확정된 각 단계 절차는 원자력행정의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취소 내지 철회될 수 없다. 그 절차의 첫째 관문이 바로 원전 부지의 지정·고시다. 결론적으로 지자체장의 원전 부지 철회에 관한 선거공약은 중앙정부의 지정·고시를 철회할 특별한 사유가 아니다.

최근 신규 원전 건설 부지로 확정된 강원 삼척에서 시의회가 ‘원전유치 신청 철회에 관한 주민투표 실시 동의안’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이 같은 결정은 올 6월 삼척시장이 원전 백지화를 위한 주민투표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데 따른 것이다. 삼척시의 이런 움직임은 유감스럽게도 합법적 결정과 절차를 뒤집는 것이다.

주민투표 추진에 대해 정부는 “원전 시설의 입지·건설에 관한 사항은 국가사무 영역으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는 방침을 밝혔고, 삼척시 선거관리위원회도 같은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럼에도 삼척시는 주민투표를 강행할 태세다. 주민투표 실시의 법적 근거로 ‘원전 부지의 지정·고시’를 일종의 ‘가계약’으로 비유하는 주장을 일부에서 내놨다. 국가행정을 부동산 거래로 착각한 모양이다.

국가행정이든 지방행정이든 ‘예측 가능성’이야말로 민주행정의 기본이다. 아침에 손본 것을 저녁에 고치는 조변석개식이라면 그로 인한 불이익은 누가 받을까?

삼척시는 2010년 시의회의 동의를 얻어 원전 유치를 신청하고 2012년 정부는 근덕면 일대를 원전 부지로 지정·고시했다. 그런데 시장과 시의회의 구성원이 달라졌다고 기존 결정에 대해 법적 근거도 없는 주민투표를 강행해 몽니를 부린다면, 이것이야말로 민주적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삼척시는 주민투표의 강행을 재고해야 한다.

삼척시의 주민투표를 적법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정부의 주장이 맞기는 하다. 하지만 정부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다양한 채널을 마련해 주민을 포함한 삼척시와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함철훈 한양대 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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