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30개국 보통가족들의 소유물 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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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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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을 공개합니다/피터 멘젤 외 지음·김승진 옮김/272쪽·1만9800원·월북

쿠바 아바나에 사는 코스타 씨 가족. 촬영이 끝난 뒤 럼주와 살사 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파티가 이어졌다. 월북 제공
쿠바 아바나에 사는 코스타 씨 가족. 촬영이 끝난 뒤 럼주와 살사 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파티가 이어졌다. 월북 제공
이 책의 대표 작가인 피터 멘젤은 ‘타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사진을 실어온 사진작가다. 앞서 국내 소개된 ‘헝그리 플래닛’ ‘칼로리 플래닛’에서 세계인의 상이한 먹거리를 조명했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가 이번엔 15명의 다른 사진작가들과 함께 2년에 걸쳐 세계 30개국을 돌아다니면서 평범한 집의 대문을 똑똑 두드렸다. 그리고 물었다. “집 안의 모든 물건을 꺼내놓고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11명의 대가족이 사는 말리의 진흙집에는 항아리 몇 개와 농사도구가 살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즈베키스탄의 칼나자로프 씨 가족은 서른 장이 넘는 퀼트 이불과 러그를 갖고 있다. 쿠웨이트대 정치학 교수인 압둘라 씨의 식구는 7명. 이들이 가진 수많은 물건은 광장을 가득 채운다. 13.7m 길이의 소파와 값비싼 양탄자, 외제 차 4대….

사진기자들은 침대와 자동차부터 망가진 자전거, 쌀 포대, 갈퀴, 보온병, 기름램프까지 한 가족의 살림살이를 집 앞에 몽땅 꺼내놓았다. 이들은 일주일간 촬영 대상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맞닥뜨린 일상생활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캄피 씨는 출근길이 두렵다. 단도와 총을 든 폭력배들이 통근 기차에 타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나무판자와 맥주병 뚜껑으로 만든 판으로 체커를 한다. 일본의 우키타 씨는 TV 화면 구석에 있는 시계를 보면서 시간을 맞추고 정확히 7시 28분에 집을 나선다. 첫째 딸은 국민헬스클럽에서 일주일에 2시간씩 수영을 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차이가 분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소유물과 거주환경을 비롯해 풍요를 누리는 가족과 돈이 없어 아이들이 학교에 못 가고 일을 거들어야 하는 가족까지. 서른 가족이 가진 물건과 일상을 통해 각국의 지리와 문화도 쉽게 풀어낸다. 다만 이 프로젝트가 1994년에 진행돼 약 20년 전 통계와 사진이 ‘옛날이야기’로 다가오는 점은 아쉽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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