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美공화당이 집권하면 왜 자살-살인이 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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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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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 보다 해로운가/제임스 길리건 지음·이희재 옮김/276쪽·1만3000원·교양인

19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자살률과 살인율 통계를 보면 오를 때는 동시에 높게 솟구쳤다가 떨어질 때도 함께 급격히 떨어진다. 수십 년간 폭력 문제를 연구해온 미국의 정신의학자인 저자는 이 변화 주기가 대통령 권력 교체와 맞아떨어진다는 것, 그리고 공화당 출신이 대통령이 될 때마다 자살과 살인이 급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책은 보수정당인 공화당 집권기 59년 동안 자살 및 살인 건수가 10만 명당 19.9명인 반면 진보정당인 민주당 집권기 48년 동안엔 10만 명당 18.3명으로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통계의 정확성을 위해 경제대공황이나 2차 세계대전 등의 변수를 투입했지만, 여전히 공화당 집권기엔 자살률과 살인율이 순증했고, 민주당 집권기엔 순감했다. 정말 보수가 집권하면 사람들이 더 많이 죽는 걸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뭔가. 이 책은 사회, 특히 보수정당이 주도하는 불평등 사회가 사람을 죽이는 진짜 ‘범인’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1% 상류층에게 부를 몰아주는 정책을,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과 중간소득층을 위한 정책을 펼치기 때문에 공화당 집권기에 사회 불평등은 심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자살과 살인으로 이어진다는 것.

그런데 99%의 못 가진 사람들도 공화당에 표를 던졌다. 저자는 “불평등과 폭력을 키우는 정책 추구가 공화당이 이기는 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불평등은 폭력이나 살인 등 범죄를 늘린다. 그러면 미국인은 상대적으로 범죄율이 높은 저소득층에 복지 혜택을 주는 데 거부감을 품게 된다. 즉 중상류층과 중하류층이 최하류층을 미워하게 만드는 분할 정복 전략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책의 전반적인 주장이 새롭지만은 않다. 보수정당을 ‘채찍을 든 아버지’에, 진보정당을 ‘달래는 어머니’에 비유하는 담론은 그 전통이 길다. 국가나 집단이 추구해야 할 복리가 자살률과 살인율 통계만으로 환원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둔 우리에게 이 책의 주장은 숙고해볼 거리를 제공한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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