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살인-자해 난무하는 번잡한 도시 속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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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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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르 클레지오 지음·신미경 옮김/492쪽·1만4500원·문학동네

한 사내가 있다. 이름은 프랑수아 베송. 전직 교사로서 현재는 무직이다. 번잡한 도시에 사는 그가 12일 동안의 방황을 더듬은 것이 이 작품의 골자다. 그가 번잡한 도시를 거닐고, 여러 사람들과 스치는 과정들을 덤덤한 시각으로 보여준다. 살인과 자살, 자해 등이 벌어지지만 오히려 작품은 시종일관 섬뜩하리만큼 차분하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소비하며 스스로 인식도 못하는 사이 자신과 사회의 죽음을 앞당기는 현실 속에서 어쩌면 베송이 택한 살인과 자해 등은 삶의 능동적 주체가 되려는 발악처럼 보인다. 작가는 말미에 밝힌다. ‘당신들은 죽음을 모르고 있다.… 당신은 무엇을 상상하기도 전에 유골이자 사체’라고.

2008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저자의 작품으로 이번에 처음 완역됐다. 이렇게 음울하고도 세기말적인 작품을 저자가 10대 때 구상했다는 것이 놀랍다. 다만 난해한 산문시와 같은 내용들이 열거되는 초반 70여 쪽은 읽기에 벅차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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