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서울국제마라톤- 제 82회 동아마라톤]35세 굼리, 마라톤 전향 5년만에 생애 첫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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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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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꼬리표 떼고 이제 내 인생에 초록불”
엘리트 남자부 우승 굼리

월계관을 쓴 채 활짝 웃고 있는 남자부 챔피언 압데르라힘 굼리(모로코·오른쪽)와 여자부 우승자 로베 구타(에티오피아). 굼리는 생애 첫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구타는 서울국제마라톤에 두 번 참가해 모두 우승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월계관을 쓴 채 활짝 웃고 있는 남자부 챔피언 압데르라힘 굼리(모로코·오른쪽)와 여자부 우승자 로베 구타(에티오피아). 굼리는 생애 첫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구타는 서울국제마라톤에 두 번 참가해 모두 우승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내 인생에 초록불(Green Light)이 켜진 것 같다.”

20일 2011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2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9분11초의 기록으로 우승한 압데르라힘 굼리(35·모로코)는 결승테이프를 끊은 직후 비에 젖은 잠실주경기장 트랙에 입맞춤을 했다.

2008년 런던 마라톤에서 2시간5분30초로 3위에 오른 그는 이번 대회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2시간5분대 기록을 갖고 있었다. 그는 2007년 런던 마라톤에서 2위(2시간7분44초)를 했고 2009년 시카고 마라톤에서도 2위(2시간6분04초)에 오르는 등 메이저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대회 전 기자회견에서 “2등만 많이 했다. 이번 대회에서 2등 꼬리표를 떼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던 그는 처음 밟은 한국 땅에서 우승 한을 풀었다. 우승상금은 8만 달러(약 9030만 원).

20대까지 5000m와 1만m 등 장거리를 주로 뛰었던 그는 30세가 된 2007년에야 마라톤선수로 전향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마라톤은 오랜 꿈이었다. 그런데 막상 뛰어 보니 궁합이 정말 잘 맞았다”고 했다.

굼리는 “비를 예상하지 못해 우천용 레이스 신발을 준비하지 못했다. 발이 계속 미끄러졌고 25km 지점부터는 허벅지와 종아리에 근육통까지 왔다. 날씨가 좋았다면 더 좋을 성적으로 우승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프로페셔널에게 나이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포기하지 않고 실력 향상에 집중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두번 참가 모두 우승… 서울과 찰떡궁합”▼

엘리트 여자부 우승 구타

두 번 참가해서 모두 우승. 100% 우승 확률이다.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로베 구타(26·에티오피아) 얘기다.

여자 엘리트 선수 중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구타는 심하게 몸을 떨었다. 경기 내내 내린 비 때문에 극심한 추위를 호소했다. 젖은 옷을 마른 옷으로 갈아입을 때는 추위로 손이 떨렸다. 하지만 얼굴은 환한 표정이었다. 에이전트와 통역사를 쳐다보며 “행복해요”를 연발했다.

구타는 서울국제마라톤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는 2009년 대회에서 2시간25분37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해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1년을 건너뛰고 참가한 올해 대회에서 2시간26분51초로 다시 정상에 올랐다. 두 번 참가해 두 번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특별한 인연을 이어갔다.

“우승해서 정말 행복하다”고 웃음 짓던 구타는 “지난 대회에서도 출발할 때 날씨가 상당히 추워 고생했다. 올해는 경기 내내 더 추웠다. 기록이 지난번보다 떨어진 것 같지만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타의 최고 기록은 2006년 함부르크 마라톤 대회에서 작성한 2시간24분35초다. 유독 서울국제마라톤에서 강한 이유에 대해 구타는 “서울 시내를 관통하는 코스가 평탄하고 한 번 뛰어봐서 그런지 페이스 조절에 성공한 것 같다”며 “나와 잘 맞는 코스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구타는 “외국인 선수 중 2회 우승자는 많지만 3회 우승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 대회에도 참가해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대회 3회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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