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 민간사찰, 특검-국조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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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관련자 처벌” 맹공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현 공직복무관리관실)의 민간인사찰 파문이 터진 직후 지원관실 직원이 사찰 관련 자료를 몰래 폐기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건네준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청와대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올여름 검찰의 1차 수사결과 지원관실 사찰 당사자의 혐의가 드러났지만 야당이 ‘윗선’으로 지목한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의 개입 여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 직원이 건네준 ‘타인 명의 전화기’의 존재는 재수사를 요구해 온 민주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인화성 높은 사안이다.

무엇보다도 현직 청와대 행정관이 공기업 임원 명의의 휴대전화를 불법 사찰의 주체였던 지원관실에 건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청와대와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이에 뚜렷한 연결고리가 추가됐다. 그동안 수사에서는 지원관실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영구 삭제하는 바람에 총리실과 청와대 사이에 오고간 교신내용은 파악되지 않았다. 관련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한결같이 “이영호 전 비서관은 무관하다”고 답했다. 검찰의 삭제파일 복구 끝에 ‘BH 보고’나 ‘총리 보고’ 등의 이름이 붙은 컴퓨터 폴더 이름이 나왔지만 결정적 증거는 아니었다. BH는 청와대(Blue House)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문제의 휴대전화는 민간인사찰의 진실 은폐 작업에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에 따르면 지원관실 장모 주무관은 민간인사찰 파문이 터진 직후인 올 7월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료의 영구삭제를 의뢰하려고 경기 수원의 한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이때 쓴 휴대전화가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소속 최모 행정관이 준 휴대전화였다. 고용노사비서관실 직원이 증거 은폐에 간접적으로 관여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갖게 해주는 대목이다.

검찰이 8월에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포폰’ 관련 대목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도 검찰이 청와대 개입 의혹을 덮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1일 국회 답변에서 “사실관계는 확인했지만 (수사기록에 포함돼) 재판에 활용되고 있다. 검찰은 은폐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2일에도 △청와대와 총리실의 대(對)국민 사과 및 해명 △‘대포폰’ 사용 내용 공개 △대포폰 관련자 형사처벌 △검찰의 사찰 관련 수사기록 공개 등을 촉구하면서 파상공세를 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포폰(사용)은 주민등록법 위반이고 사문서위조죄 등에 해당한다”며 “청와대와 총리실이 대포폰을 사용한다면 국민에게는 최소한 ‘소총폰’은 줘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이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나 특별검사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민주당의 주장은 부풀려졌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자체 조사결과 △문제의 휴대전화는 타인의 명의를 훔친 대포폰이 아니라 공기업 임원의 동의 아래 전달받은 차용폰이며 △개수도 5개가 아니라 1개뿐이고 △장기간 사용하도록 준 게 아니라 ‘스폿(spot·아주 잠시) 동안’ 쓸 수 있도록 건넸다는 것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2일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식 입장은 수사결과가 나온 뒤 낼 수 있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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