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2030년 亞40% 물부족… 당장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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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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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개국 1만 회원 보유한 국제물협회 폴 라이터 사무총장

폴 라이터 국제물협회(IWA)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지구촌 물 위기 문제를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폴 라이터 국제물협회(IWA)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지구촌 물 위기 문제를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정치 쟁점화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바라보는 해외 물 전문가의 생각은 어떨까. 국제물협회(IWA) 폴 라이터 사무총장(54)은 지난달 28, 29일 경북 구미시에서 열린 ‘낙동강 녹색수변벨트 조성을 위한 국제포럼’에 참석해 “4대강 사업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촌의 물 위기 문제를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보 10월 28일자 A8면 참조
박지원 원내대표 국회연설 “4대강 대운하사업 반대운동 펼치겠다”


세계 130여 개국, 1만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IWA는 지구촌 물 부족 현상 및 대응방안을 연구하는 국제적 권위의 물 관련 전문학회. ‘2012년 IWA 세계 물회의 정기총회’가 부산에서 열린다. 라이터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더 적은 수자원으로 더 큰 효과를 거두는 것(doing more with less)이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물빈곤지수(WPI)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9개국 중 20위, 1인당 연간 이용 가능 담수량도 153개 국가 중 129위이다. 하지만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나오다 보니 물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2030년이면 아시아 인구의 40%가 물 부족 현상을 겪는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물만큼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없다. 물이 부족하면 식량이 사라진다.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기도 어렵다. 물이 부족하면 가상수(假像水·먹을거리가 만들어질 때까지 사용되는 물의 총량) 문제가 지구 전체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문제는 현재 최악(Perfect Storm)으로 치닫고 있다.”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원인은….

“4분의 1은 기후변화, 4분의 3은 인구증가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산 위의 저장된 눈이 줄면서 물도 부족해졌다. 겨울에 내린 비가 산 위에 얼음 형태로 저장되고, 여름에는 얼었던 빙하가 녹으면서 물이 된다. 하지만 평균온도가 올라가면서 겨울에 빙하가 빨리 녹아 강으로 빠져나가고, 그 결과 여름에는 강에 저장된 물이 적어졌다. 인구 증가도 심각하다. 2050년까지 하루에 15만5000명이 늘어난다고 한다. 매주 80만 명이 사는 도시 하나가 만들어지고 있으니 물 부족이 심화될 수밖에….”

―물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한국에서 좋은 예를 찾을 수 있다. 4대강 사업은 강수량이 많은 시기에 물을 저장하고 부족할 때 사용하자는 것이 취지다. 세계 지역공동체는 최근 빗물 재사용(Rainwater harvesting) 등 ‘어떻게 물을 저장해 천천히 공급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환경이 훼손될 것이라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이 거센 상황이다.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 방향으로 기후변화와 물 부족에 대응하기는 어렵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환경적인 비용이 있다. 태풍 피해를 막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각각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태풍이 오는데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환경단체들은 여러 가지 학술적 논리로 환경훼손을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들이 도외시하는 것은 ‘물 부족에 대비해 무언가를 안 한다면 대책은 무엇인가’라는 더 어려운 질문의 답이다. 완벽한 사회라면 수자원에 어떤 영향도 가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다른 나라도 수자원 개발과 환경보호 간 대립이 첨예한가.

“어려운 선택을 하다 보면 분쟁이 많이 발생한다. 미국의 경우도 홍수방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농민들은 농지를 보호하기 위해, 환경론자들은 자연을 보전하기 위해 반대한다. 분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갈등을 통해 창의적인 해결방법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려운 선택을 할 때 여러 대안 중 어떤 것이 더 좋은지 비교해야 하고, 선택은 과학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IWA 실무 총책임자인 당신은 물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최상의 해법이라고 말해 왔다. 한국, 미국 등 물 공급이 원활한 나라의 시민들에게 물을 아낄 만한 동기 부여를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살고 있는 미국 시애틀은 경제가 발전하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물 부족 상황을 겪게 됐다. 지역 주민과 개발론자, 환경론자들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물 절약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25년 동안 ‘물 절약 프로그램’을 시행해 1인당 물소비량을 크게 줄였다. 교육을 통해 원자력발전소 하나 짓는 것보다 물 절약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인식을 시민들에게 심어줬고, 각종 물 절약 가전제품의 사용을 권장했다. ‘지속가능한 물 사용’은 수자원을 사용하는 것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균형점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석유를 대신할 대체에너지처럼 물을 만드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는데….

“한국에서 대규모 해수 담수화(淡水化)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해수담수화에 소비되는 에너지 양 자체가 엄청나다. 따라서 현재 물 부족에 대한 가장 좋은 대안은 물 사용을 줄여 공급과 사용이 순환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개인의 물 사용량, 누수 되는 물의 양을 줄여야 한다. 사람들이 물을 사용할 때 비용을 생각하게 함으로써 절약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지 기술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회가 물 관리를 위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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