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후보 등 3인 사퇴 후폭풍]靑인사검증 문제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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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기강팀이 ‘의혹 해명’ 요구해도… 후보자 “별것 아니다” 입닫으면 끝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2명이 낙마한 후 청와대 인사·민정 라인에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도대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사전 검증은 제대로 했는지, 사전 검증에서 관련 의혹이나 문제점을 파악하고도 ‘그 정도는 봐주자’는 안이한 판단을 한 것인지, 이명박 대통령은 충분히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에 대한 ‘정밀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헛발질의 연속

지난해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이른바 ‘스폰서’ 논란으로 중도 하차한 뒤 청와대는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민정수석실 조차 발표 직전까지 내정 사실을 알지 못했던 ‘깜짝 인사’였던 만큼 누가 그를 천거했는지, 최소한의 검증 절차는 거쳤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검증 라인의 최고 자리에 있던 정동기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청와대는 당시에도 ‘천성관 파문’을 반성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사실 현재의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중 ‘자기검증 진술서’는 그때 도입된 것이다. 대략 100가지 리스트를 제시해 공직 후보자들이 체크하도록 하고 언론이나 야당이 의혹을 제기할 만한 문제점도 스스로 ‘고해성사’를 하도록 한 것이다.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 병역, 납세,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 납부 등의 기본 정보는 사전에 걸러낼 수 있으나 세세한 개인 정보는 본인이 ‘자복’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런 검증 방식 개선에도 불구하고 불과 1년 만에 더 큰 ‘인사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 검증 문제

인사비서관실이 공직 후보자를 몇 명으로 압축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에 검증을 의뢰하면 공직기강팀은 언론 보도와 국세청 자료, 병역 자료 등을 토대로 예비검증을 벌여 부적격자를 1차로 추려낸다. 이어 자료상에 나타나지 않는 개인 정보나 흠결을 찾기 위한 정밀 검증에 들어간다.

그러나 검증 과정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자기검증 진술서를 내라고 하지만 자신의 비밀스러운 치부나 잘못을 솔직하게 밝히지 않는 사례가 허다하다. 15명 정도의 공직기강팀 인력과 역량으로 수많은 후보자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검증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정보원 국세청 경찰 등과 협조체제가 구축돼 있긴 하지만 ‘인사 보안’을 지켜가며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기도 어렵다. 여권 관계자는 “공직기강팀의 행정관들이 장차 총리 또는 장관이 될 사람에게 ‘시중에 이런저런 의혹이 일고 있다’며 깊게 파고들 수 있겠느냐. ‘별 문제 없으니 걱정 말라’고 하면 더는 얘기를 못하는 게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청와대 안팎에서 공직기강팀의 인원 보강, ‘인사검증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다른 사정기관과의 협조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26일 편집인협회 주최 정치부장 세미나에서 후보자 주변에 대한 ‘현장 탐문’ ‘평판 조회’ 등 질적인 측면의 검증 보완을 강조한 것도 자기검증 진술에만 의존해선 안 되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 인사 문제

검증시스템 자체도 문제지만 인사가 이뤄지는 방식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낙마한 후보자들에게 제기된 문제점 중 상당수는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도 걸러진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이 ‘자녀교육용’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용’ 위장전입을 구분하는 등 ‘낮은 잣대’를 적용했을 수 있다. 최고 인사권자가 특정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경우엔 일부 하자가 있어도 ‘관행(慣行)’이라는 잣대로 통과시킬 때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작업 자체가 워낙 유동적이고 막판에 결정되는 사례도 많다. 전직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인사는 거의 퍼즐 맞추기다. 지역 학교 재산 등 각종 변수를 감안하다보면 애초 구상에서 상당히 바뀌곤 한다”고 말했다. 일부 인사는 급히 이뤄지기 때문에 아주 기초적인 검증 절차만 거칠 때도 있다고 한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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