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팬텀 씨]Q: 국악공연자를 ‘∼류’라고 소개하는 이유는?

  • Array
  • 입력 2010년 5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국악 공연을 보러 갔는데, 공연자를 설명하면서 ‘○○○류 산조’라는 식으로 사람 이름을 붙인 것을 보고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류’란 무엇을 의미하나요?(김민정·23·서울 용산구 갈월동)

A: 연주자의 독자적 스타일 존중하기 때문

국악이나 전통 춤에는 본디 ‘류(流)’라는 분류 방법이 없었습니다. 산조면 산조, 승무면 승무 하는 식으로만 분류했죠. 하지만 여러 사람을 통해 국악과 전통 춤이 전수되면서 그중에서도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쌓아가는 명인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경우 그 사람의 이름을 따서 ‘∼류’라고 부릅니다.

유영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본디 있는 곡의 가락에 연주자가 스스로 즉흥작곡을 해서 집어넣으면 그게 새로운 ‘류’의 시작이 되는 셈이다. 그런 독자적인 즉흥 작곡이 정착되고, 또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류’라고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주자의 즉흥성에 따라 가락이나 장단을 바꿀 수 있는 국악의 특성이 반영되는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명연주자, 명무(名舞)에 대한 존경의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최동훈 부산대 국문과 교수(판소리학회장)는 “악보 없이 전승되는 민속예술은 스승에게 직접 전수받는 수밖에 없다. ‘∼류’라는 표기는 어떤 스승에게 배웠는지를 알려주는 족보인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판소리에서는 같은 뜻으로 ‘∼바디’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스승에게 소리를 받았다는 뜻입니다. 동편제, 서편제의 제(制)에 비하면 하위 분류입니다.

다른 ‘류’일 경우 같은 곡이나 춤이라 하더라도 차이가 많이 납니다. 한영숙류 춤을 추는 이철진 한국춤예술원 대표는 “한영숙류 춤이 단아하고 정갈하다면 이매방류 춤은 기방무의 영향을 받아 여성적이고 선의 아름다움이 세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승무라고 하더라도 한영숙류 승무는 한 장단 안에 춤사위가 하나 정도만 있습니다. 큰 동작 없이 장단에 딱딱 맞춰 추기 때문에 힘과 선이 돋보인다고 합니다. 그 대신 이매방류 승무는 한 장단 사이에 춤사위의 변화가 많고 다양한 동작을 선보여 부드럽고 세련된 편입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씨가 대답해드립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