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아Q정전’ 작가로만 안다면 그를 절반도 모르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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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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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쟁이, 루쉰/황시룽 지음·김태성 옮김/328쪽·2만5000원·일빛

뛰어난 예술가 중에는 르네상스형 인간이 많다. 프란츠 카프카, 이상 등은 문인이기 이전에 화가를 꿈꿨으며 개성 넘치는 미술품을 남긴 다재다능한 예술가였다. 중국의 문인이자 사상가인 루쉰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루쉰이라고 하면 보통 의학을 공부하다 작가로 데뷔하고 ‘아Q정전(阿Q正傳)’을 쓴 중국의 소설가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즐겨 그렸으며 훌륭한 미술교육을 받은 미술가이기도 했다. 중국 판화운동의 선구자였던 그는 자신이 집필한 책, 제자나 동인들이 엮은 책에 직접 표지 디자인을 하거나 제자(題字)를 썼고 중국 고대미술에서 서양 최신 미술사조의 작품까지 적극적으로 감상하고 수용하고자 했다.

루쉰이 1912년에 그린 수묵화(왼쪽)와 1930년에 디자인한 잡지 ‘문예연구’의 표지. 사진 제공 일빛
루쉰이 1912년에 그린 수묵화(왼쪽)와 1930년에 디자인한 잡지 ‘문예연구’의 표지. 사진 제공 일빛
이 책은 루쉰 연구자이자 상하이 루쉰기념관 부관장인 저자가 지금까지 수집된 루쉰의 미술작품 100여 점을 수록하고 소개한 것이다. 루쉰의 미술작품에는 중국화, 전각(篆刻), 평면디자인, 책과 잡지의 디자인 등이 포함된다. 일본의 의대 재학 시절 노트에 그렸던 각양각색의 해부도, 직접 설계했던 자택의 설계도면 등을 통해 그림쟁이로서의 루쉰의 또 다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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