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인류의 歷史를 바꾼 우연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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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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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역사/시릴 아이돈 지음·이순호 옮김/488쪽·2만5000원·리더스북

기원전 1만1000년경 빙하가 북쪽으로 물러나자 지구상에는 초목이 번성하고 동물의 개체수도 늘어났다. 돌연 생활조건이 풍족해진 원시인 중에 총명한 몇몇이 도구와 무기를 발명하면서 수렵이 발달했다. 들판의 곡식도 많아져 우수한 품종을 가려서 재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팔레스타인에서 이란 북부에 이르는 초승달 지역, 중국 황허 강과 양쯔 강 유역 등에서 농업이 활발해졌다. 자연의 변화가 가져다 준,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신석기 정주(定住) 농업혁명이 시작됐다.

1782년 영국의 도공 조사이어 웨지우드는 러시아 예카테리나 여제에게 식기세트를 납품하고 있었다. 웨지우드는 물량이 늘어나자 공장 기계라인에 증기기관을 도입했다. 공장의 현대화는 지인의 소개로 스코틀랜드 출신의 기계기술자 제임스 와트와 그의 동업자 매슈 볼턴을 만나면서 가능했다. 산업혁명이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산업혁명은 영국이라는 특정 장소, 18세기 중후반이라는 특정 시기 일련의 우연에 의해 촉발한 것이다.

저자는 신석기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이 인류사를 바꾼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두 가지 예를 통해 “인류의 역사는 우연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찰스 다윈’ ‘과학의 전기’ 등으로 국내 독자에게 친숙한 영국 출신 작가인 저자는 역사가 끝없이 진보한다는 선형적인 사관을 거부한다. 그는 “인간은 지난 100년간 일어난 일을 거울삼아 문명의 지속적 진보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것이 옳다”며 “거대한 자연 앞에 미래를 운운하기에 앞서 머리를 숙여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연이 인간의 역사를 바꾼 대표적인 사례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토바 화산 폭발을 소개한다. 토바 화산은 7만4000년 전에 폭발했는데 화산재가 하늘을 덮으면서 지구는 6년간 혹독한 겨울을 겪었다. 이때 지구상의 동식물 분포는 크게 바뀌었으며 인류도 거의 멸종하다시피 했다. 저자는 “만약 미국 와이오밍 주의 옐로스톤 국립공원 밑에 있는 거대한 열 기둥이 폭발한다면 북아메리카 거주민의 대부분이 사망하고 지구도 문명을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역사관을 토대로 책에서 인류의 탄생부터 2000년대의 세계까지 인류사를 바꾼 45개 순간을 가치판단을 배제한 채 덤덤하게 소개한다. 국가의 탄생, 로마제국 이후의 유럽, 나폴레옹과 그 이후, 제1차 세계대전, 오만한 현대의 미국 등이 그 순간들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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