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철학자들은 모두 품격있게 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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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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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철학자들의 서/사이먼 크리칠리 지음·김대연 옮김/360쪽·1만6000원·이마고

저자는 이 책이 간단한 가정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그 가정이란 지금 이 순간 지구 위의 한구석에 사는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것은 “존재의 소멸에 대한 압도적 공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허무한 쾌락을 추구하거나 마술적인 형태의 구원을 맹신하거나 현실을 부정하는 것 외에 이 공포를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는 걸까.

“철학을 한다는 것은 곧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던 키케로처럼, 철학자는 죽음을 직시할 줄 아는 용기를 지닌 이들이었다. 하지만 모든 철학자의 죽음이 그들의 철학처럼 품격 있고 우아했던 것은 아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쇠똥 속에서 질식사했으며 아퀴나스는 굵은 나뭇가지에 머리를 들이받는 바람에 죽었다. 토머스 모어는 참수형을 당했으며, 들뢰즈는 폐기종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이 책은 이처럼 탈레스, 솔론, 플라톤 등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부터 라캉, 푸코, 들뢰즈 등 현대 철학자에 이르기까지 190여 명의 말년과 죽음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천착했을 저명한 철학자들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죽어갔다. 이 역설적인 상황의 위트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누그러뜨려 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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