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새집 짓고 수놓고… 수채화 같은 일상

  • 입력 2009년 5월 2일 02시 57분


◇ 엄마의 공책/서경옥 지음·이수지 그림/264쪽·1만2000원·시골생활

엄마는 문장으로 딸은 그림으로 엮어

‘남편이 목공 작업하며 찢어진 옷을 내놓으며 빙긋이 웃는다. 우선 바지 주머니 옆 찢어져 있는 부분을 대충 벌어지지 않게 꿰매 놓고 그 위에 수를 놓는다. 바지가 흐린 베이지 색이니 옅은 녹색으로 줄기와 잎을 수놓고, 연한 베이지 색으로 약간 고개 숙인 꽃을 수놓는다. 찢어진 곳은 간 데 없고 그곳에는 에델바이스 한 송이가 피어난다. 남편의 입이 헤벌쭉 벌어진다.’

저자는 결혼해서 남편 뒷바라지하고, 자식 키워 시집보내고 노년을 맞은 평범한 주부다. 이 책은 10년 전부터 강원 봉평에 집을 마련해 서울과 시골을 오가며 살고 있는 저자가 가족과의 일상을 담담히 쓴 에세이다.

일흔 때 민화를 그리기 시작한 저자의 친정어머니는 어느 날 수채화를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수채화 도구를 사기 위해 인사동에 함께 온 저자에게 어머니는 “지금이 바로 시작할 때”라고 말한다. 어머니 나이 아흔 때의 일이다.

거동을 못하는 아흔 넷의 시어머니는 저자가 이끄는 대로 상상 속의 산책을 한다. 과거 시아버지와 함께 걷던 일본의 거리를 걷고 쇼핑을 한다. 정신을 놓아 버린 시어머니는 저자가 점심상을 내올 때도 저녁상을 내올 때도 새삼 “너 언제 왔니”라고 묻는다.

惻超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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