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다시 보자꾸나! 이상의 재발견

  • 입력 2009년 4월 18일 02시 58분


◇이상 전집(전 4권)/권영민 엮음/260∼476쪽·1만2000∼2만 원·뿔

사후 70여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한국 문단의 문제적 작가로 손꼽히는 이상(1910∼1937)은 실험적이고 난해한 텍스트, 여성편력,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에 맞은 죽음 등으로 유명세만큼 잘못 이해되는 경우가 많은 작가.

권영민 서울대 교수는 이상 문학 텍스트의 원전을 연대별로 복원하고 텍스트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석을 달아 전집을 펴냈다. 기존 연구들과 다른 접근으로는 시 ‘且8氏의 出發(차8씨의 출발)’에 대한 해석이 있다. 여러 판본에서 ‘차(且)’라는 한자와 ‘8’이라는 숫자가 남성 성기를 상징하는 성적 기호로 읽혔지만, 권 교수는 이것이 이상의 절친한 친구이자 화가였던 구본웅의 ‘구(具)씨’를 파자(破字)해 놓은 것이라고 풀이한다. 이는 구본웅이 즐겨 쓰고 다녔던 중절모(且)와 꼽추(8)라는 외형적 특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시 ‘買春(매춘)’은 기존 전집에서 ‘賣春’으로 잘못 표기한 한자를 바로잡은 경우다. 권 교수는 이상이 돈을 받고 성을 판다는 뜻의 ‘賣春’을 파자해 ‘買春(젊음을 사다)’이라는 새로운 의미의 말을 만들어 놓았다고 말한다. 모든 작품은 원전 텍스트와 함께 현대국어 표기법에 따라 고쳐 쓴 텍스트를 병기했다.

전집 출간과 함께 이상 문학 비평을 모은 ‘이상 텍스트 연구-이상을 다시 묻다’도 함께 펴냈다. 1부에서는 ‘이상한 가역반응’ ‘건축무한육면각체’ 등 이상의 대표적인 난해시들을 근대과학에 대한 관심, 폐결핵 진단으로 인한 죽음의 공포, 기하학적 상상력을 중심으로 해석했다. 2부에서는 ‘지도의 암실’ ‘종생기’를 비롯한 이상 소설 텍스트에 대한 분석법을 제시했다. 박태원, 김기림이 쓴 이상에 대한 추도문도 부록으로 수록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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