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모두들 저를 우러러 보지만 어머니 앞에선 항상 아기죠”

  • 입력 2009년 2월 7일 03시 01분


◇사랑하는 어머니/임경민 엮음/328쪽·1만1000원·아름다운날

모차르트-하이네-위고 등

명사들이 보낸 편지 모음

‘어머니’로부터 떠오르는 이미지는 여러 가지다. 어린아이에게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보호막이다.

청소년기엔 어머니가 친구와도 같은 존재며, 항상 올바른 길을 알려주는 조언자다.

유명 인사들이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다양한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편지들에서 엿보이는 공통점이 있다. ‘어머니는 언제든, 무엇이든 마음에 있는 말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라는 사실이다. 책에는 명사 44인이 어머니에게 쓴 편지가 수록됐다.

프랑스 루이 16세와 결혼해 프랑스로 온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는 어머니인 오스트리아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와 10여 년간 편지를 주고받았다. 시누이 아르투아 백작 부인의 출산 소식을 전하는 1775년 8월 12일자 편지에는 답답한 속내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출산시간 내내 저는 그녀 방에 있었어요. 그동안 제 배 속이 아닌 다른 여자의 배 속에서 왕위 계승자가 탄생하는 고통을 생생하게 겪어야만 했어요.”

모차르트(1756∼1791)가 10대 때 유럽 순회 연주 도중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는 응석과 투정이 잔뜩 묻어난다. “우리 방에 침대가 딱 한 개밖에 없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아빠와 한 침대를 쓰느라 한숨도 못 자는 제 모습을 엄마는 쉽게 상상하실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은 편지를 길게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너무 많은 서창부(敍唱部)를 작곡하느라 무리를 했는지 손가락이 아파요.”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1802∼1885)가 13세 때 쓴 편지도 이에 못지않다. “빨리 집으로 돌아오세요. 엄마가 없으니까 무얼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요. 우린 완전히 길 잃은 아이 꼴이에요.”

영국 작가 월터 스콧(1771∼1832)에게 어머니는 중요한 문제를 의논하는 상대였다. 1797년 결혼을 앞두고 보낸 편지에서 그는 “어머니의 조언과 훈계를 받을 것을 생각하니 기쁘기 한량없다”고 썼다.

독일 시인 하이네(1797∼1856)의 1843년 편지에선 어머니를 친구 대하듯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나의 사랑스러운 심술쟁이 노친네. 어떻게 지내세요? 만일 저를 다시 보기도 전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신다면 저는 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 거예요.”

이들의 편지에선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이 뚝뚝 묻어난다.

“도덕적인 글들로 빼곡한 책들을 모조리 가져다줘도 어머니가 직접 쓴 글을 보는 데서 얻는 힘을 따라잡지는 못해요. 어머니의 편지가 주는 흥미로움과 교훈만큼 매혹적인 책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죠.”(미국 시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의 편지)

“어머니의 편지에 묘사된 베를린은 늘 새롭고 정겹기 그지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것들을 제가 어머니의 반만큼이라도 묘사해낼 수 있다면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편지를 받아보실 수 있을 텐데요….”(독일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의 편지)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도 젊은이다운 감수성을 잃지 않았던 어머니에 대해 ‘감미롭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남부의 여인’ ‘뛰어난 유머감각의 소유자이자 헌신적인 어머니’ 등 최고의 미사여구를 동원해 칭송했다.

그런가 하면 루이 14세와 조지 워싱턴 같은 이들은 궁정에서 정적(政敵)을 체포하기까지의 경위, 전투 상황과 아군의 피해 상황 등을 상관에게 보고하듯 시시콜콜 기록한 편지들을 어머니에게 보냈다.

영국의 작가 새뮤얼 존슨(1709∼1784)이 어머니의 사망 직전 쓴 편지는 어머니에 대한 세상 모든 자식들의 사랑과 감사, 존경을 대변한다.

“누가 뭐래도 당신은 최고의 어머니셨습니다. 저는 당신이 제게 보여주신 너그러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저의 모든 잘못, 그리고 당신께 잘해드리지 못했던 일들을 부디 용서해 주세요.”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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