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39년 일제 국민징용령 공포

  • 입력 2008년 7월 8일 02시 57분


1939년 조선총독부는 ‘총동원 태세의 진전’이라는 자료집을 발간했다. 여기엔 시국(時局·전시 총동원체제)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직업 134개가 기록되어 있다.

비행기 부품 및 제철 용광로 제조자, 선박 수리공, 제지공장 기술자, 군수사령부에서 일하는 봉제공, 군용납품 채소 재배자, 토목 미장이, 정원사, 용접공, 의료기술자, 해녀, 심마니, 땅꾼 등.

여기서 시국에 필요하다는 말은 곧 전시 총동원의 대상이라는 말. 일제의 조선총독부가 134개 직종에 걸쳐 조선인들을 강제 동원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여기엔 ‘16세 이상은 강제 징용을 하고 이하는 특수요원으로 기술을 가르쳐 양성하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때그때 징용한 것이 아니라 주도면밀하게 체계적으로 징용했음을 보여주는 사료이기도 하다.

대륙 침략의 야욕을 지닌 일제는 1937년 중국을 침략했다. 침략을 수행하기 위해 일제는 일본 내부의 반대 세력을 철저하게 탄압했고 1938년 국가총동원법을 제정해 국가를 전시 체제로 바꾸었다.

이어 1939년 7월 8일 국민징용령을 공포했다. 한국인들을 공사장, 군수공장, 전쟁터 등지로 내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일제는 한국인들의 저항을 우려해 즉각 강제 징용을 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모집 형식의 노무 동원 계획, 즉 ‘조선인 노동자 모집 및 도항 취급 요강’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노동력 부족 현상이 지속되자 강제로 연행하기 시작했다.

1941년 미국 하와이 진주만 공습과 함께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강제 징용에 더욱 집착했다. 1941년 일제는 국민의 근무보국 협력령을 발표하고 1942년엔 대규모 국민동원 계획을 세워 강제 동원에 더욱 열을 올렸다. 강제 연행된 한국인은 광산 발전소 토목공사현장 군사기지 등에서 노동자나 포로 감시원 등으로 일하며 착취와 수난을 당해야 했다.

1944년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징용문답’. 징용 담당 공무원을 위한 일종의 매뉴얼이다. 그 질문과 응답이 이런 식이다. ‘징용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천황 폐하를 위해 국가의 명령에 따라서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 문답의 내용이 어이없다. 이것을 달달 외운 공무원들이 한국인을 강제 징용하러 다녔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의 처절함이 그대로 전해오는 듯하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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