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경제]내 사업 얼마나 큰 걸까

  • 입력 2008년 2월 13일 02시 50분


회사 그만두고 디자인 전공 살려 차린 옷가게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이젠 단골손님도 제법 많다

디자이너-사업가 다 잡긴 했는데…내 사업은 얼마나 큰 걸까

연 매출액 비교해 보고 백분율 따지면 쉬워요

# 사례 :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선영은 대학생 때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실력파 디자이너다. 졸업 후 높은 경쟁률을 뚫고 꿈에도 그리던 의류회사에 당당히 입사했다.

드디어 해냈어. 이제부터 시작이야. 실력을 인정받고 꼭 최고의 디자이너가 될 거야.

마음속 다짐처럼 선영은 열심히 일에 매달렸다.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니라 일류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하얗게 밤을 지새우며 일에 몰두한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런 열정과 노력 덕분에 선영은 점차 회사에서 인정받는 디자이너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상품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하고, 회사의 주요 디자인 프로젝트에 의욕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영에게 문득 이것만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회사에서 내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내 브랜드의 옷을 만들고 싶어. 그러려면…. 그래, 어렵겠지만 내 가게를 열어 보는 거야.

선영은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자신의 가게를 열기로 했다. 퇴직금으로 어렵게 마련한 조그만 상점을 독특한 인테리어로 정성껏 꾸몄다. 웹마스터인 절친한 후배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 상점도 함께 열었다.

역시 사업은 사업이군. 디자인만 잘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휴, 쉽지 않네.

막상 자신의 가게를 열고 나니 상품 기획에서부터 옷감의 구매, 디자인, 판매 및 홍보 전략을 짜는 일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았다. 선영은 우선 젊은 층을 겨냥해 개성 있게 디자인된 의상들을 가게와 인터넷 상점을 통해 홍보해 나갔다. 다른 가게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손님이 마음에 드는 기본 디자인을 고르면 체형과 특성에 맞게 옷을 손봐 주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했다.

해가 거듭될수록 선영의 가게는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당연히 매출액도 늘었다. 옷도 전보다 더 많이 팔려 나갔지만 처음 시작할 때보다 옷의 가격이 올라 매출액은 더욱 많아졌다.

디자이너로서, 사업가로서 꿈을 이뤄 가던 선영은 자신의 사업이 처음보다 얼마나 성장했는지 궁금해졌다.

# 이해 :

과연 선영의 사업은 얼마나 성장해 가고 있을까. 아주 단순하게 계산하면 지난해 매출액(또는 생산액)과 올해 매출액을 비교하면 된다.

예를 들어 지난해에 선영이 1만 원짜리 옷을 10벌 만들어 팔았다고 하자. 올해에는 가격이 올라 똑같은 옷을 1만5000원에 20벌 만들어 팔았다. 지난해 매출액은 10만 원(1만 원×10벌)이고 올해 매출액은 30만 원(1만5000원×20벌)이다.

지난해에 비해 매출액이 20만 원 늘었으며, 이것은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할 때 200%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매출액이 증가한 데에는 가격 인상과 생산량 증가가 함께 영향을 미쳤다.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실질적인 매출액 증가는 10만 원[1만 원×(20벌―10벌)], 즉 100% 증가한 셈이다.

한 나라 생산규모의 성장도 이와 같이 계산한다. 예전에 우리는 한 나라의 생산규모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살펴봤다. 다시 말해, 일정 기간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더해 국내총생산을 구할 수 있으며, 이것은 앞의 이야기에서 보듯 매출액에 해당한다.

한 나라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올해 국내총생산이 전년도에 비해 늘어난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와 올해 국내총생산의 변화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국내총생산이 늘어난다는 것이고 전년에 비해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이 일할 기회를 얻게 되고, 그 나라 국민은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돼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게 된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 국내총생산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생산량 증가뿐 아니라 가격 인상 효과도 반영돼 실질적인 생산 규모의 성장을 정확하게 나타낼 수 없다.

따라서 경제성장률을 계산할 때에는 가격 변화에 따른 영향을 배제하고, 실질적인 생산의 증가만을 파악해 나타낸다.

박형준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교수 경제교육 전공

정리=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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