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산책]레이싱 천재의 스피드 액션 ‘이니셜D’

  • 입력 2006년 3월 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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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니셜 D’는 감각적인 힙합 음악에 맞춰 펼쳐지는 도로 경주와 만화같은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제공 이노기획
흥행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니셜 D’는 감각적인 힙합 음악에 맞춰 펼쳐지는 도로 경주와 만화같은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제공 이노기획
‘이니셜 D(Initial D)’는 동명 일본만화가 원작이다. 아마추어이지만 천재적 자동차 감각을 타고난 청년 레이서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만화는 일본에서만 무려 4600만 부 이상 팔려 단행본 판매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미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로 결정하자 감독과 주연배우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감독은 홍콩영화 부활의 신호탄이라고 평가받는 ‘무간도’ 시리즈의 류웨이장(劉偉强) 감독. 주인공에는 홍콩 스타 저우제룬(周杰倫)이 캐스팅됐다. 시 공간적 배경은 일본인데 배우들은 홍콩사람들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레이싱 영화라고 하면 거대한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프로 선수들의 경주를 쉽게 떠올리게 되지만 ‘이니셜D’는 청소년들이 일반 도로에서 펼치는 자동차 경주를 소재로 했다. 아직 삶의 안개 속에 사로잡혀 있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오로지 속도와 자동차에 몸을 실으면서 하나하나 삶의 본질을 찾아 간다는 기본 줄거리는 청소년뿐 아니라 나이에 관계없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다쿠미(저우제룬)는 엄마를 잃고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말수는 적지만, 일찍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술에 절어 사는 아버지를 옆에서 돌보는 착한 청년이다. 다쿠미는 낮에는 주유소 아르바이트, 새벽에는 두부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위해 두부 배달을 한다. 구식 도요타 자동차로 굴곡이 심한 아키나 산을 넘나들며 배달하던 그는 절묘한 코너링 같은 운전 실력을 덤으로 얻게 된다.

다쿠미는 여느 때처럼 배달을 하다 자신을 추월한 차와 우연찮게 레이싱을 펼치다 손쉽게 이긴다. 상대는 다름 아닌 아마추어 레이싱 팀 소속 다케시였다.

다케시를 이겼다는 소문이 나면서 또래 레이서들이 연이어 다쿠미에게 경주를 신청하지만 모두 패배한다.

다쿠미는 ‘운전할 때 모든 사물이 느리게 보이는’ 레이싱 천재였다.

자신만의 세계를 찾는 게 인생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해 온 그는 서서히 ‘레이싱이야말로 나의 세계’라고 생각하며 그 매력에 빠져든다.

감각적인 힙합 음악에 맞춰 펼쳐지는 도로 경주와 만화 장면을 보는 듯한 화면 구성 등은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한 세심한 배려이고 이는 나름대로 성공한 듯 보인다. 여기에 프로 레이서와의 대결에서 다쿠미가 첫 패배를 맛보면서 좌절하고, 사랑했던 여자친구로부터 상처를 받으면서 절망하는 이야기가 영화의 입체성을 보탠다. 일반도로에서 벌어지는 청소년들의 도로 경주 장면도 현실적이다.

‘세상을 알아야 세상을 가지게 된다’ ‘진정한 레이싱은 진정한 자아에서 나온다’ ‘달릴 때는 항상 너 자신이어야 해’ 같은 예기치 않은(?) 철학적 대사들도 튀어나온다. 상영 중. 15세 이상.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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