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김경일 정신문화硏 교수 연구 학술서 4권 펴내

  • 입력 2004년 8월 1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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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신문화원 캠퍼스에서 만난 김경일 교수. 그는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배제됐던 여성과 노동자들의 역사적 체험을 반추함으로써 오늘 한국의 사회문제를 해소할 근본적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미옥기자
한국정신문화원 캠퍼스에서 만난 김경일 교수. 그는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배제됐던 여성과 노동자들의 역사적 체험을 반추함으로써 오늘 한국의 사회문제를 해소할 근본적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미옥기자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김경일 교수(48·사회사)는 올해에만 4권의 학술서를 출간했다. 올해 초 공저인 ‘동아시아의 민족이산과 도시-20세기 전반기 만주의 조선인’(역사비평사)과 ‘한국 근대 노동사와 노동운동2-일제하의 노동운동’(지식마당)이 나왔다. 지난주에는 ‘여성의 근대, 근대의 여성’(푸른역사)과 ‘한국 근대 노동사와 노동운동’(문학과 지성사)이 다투어 출간됐다.

“앞의 두 권은 공동연구이거나 원고는 이미 넘겨 놓았는데 늦게 출간된 것입니다. ‘한국 근대 노동사와 노동운동’은 일제시대 노동운동사를 연구한 제 연구 성과를 모은 것이고, ‘여성의 근대, 근대의 여성’은 96년부터 연구주제를 여성문제로 확대한 결과물이죠.”

그의 연구서들이 주목되는 이유가 단지 그 다산(多産)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째, 그의 연구는 근대성의 문제를 우리의 실제적인 역사적 체험에서 성찰하고 있다.

둘째, 그것을 당대의 시간(맥락)과 공간(비교) 속에서 찬찬히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연구 소재가 근대성 담론의 주변부에 위치해 있던 노동자와 만주 이주민, 여성 같은 소외계층에까지 확장됐다는 점이다.

“한국의 근대화 경험이 이미 100년을 넘어섰지만 우리의 의식은 여전히 근대성은 서구에서 이식된 것이라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100년에 걸친 근대성의 경험이야말로 우리가 새로 발견해야 할 전통입니다.”

김 교수가 근대성에 시간과 공간의 좌표를 설정했다는 것을 일제 강점기 신여성 문제로 설명해보자. 식민 모국인 일본과 비교했을 때 일본의 ‘모던 걸’들은 경제적 기반을 바탕으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모습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만, 사회진출이 좌절된 식민지 조선의 ‘모던 걸’들은 남성의 경제력에 기생하는 허영과 음탕함의 표상이 됐다.

“일제 강점기 노동자나 여성이 모두 좌절과 패배를 맛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경험을 축적했다는 거죠.”

그렇다면 그 구체적 교훈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최근 지하철노조의 파업과 1925년 경성전차 승무원들의 파업을 비교해보면 현재의 노조운동이 오히려 사회의 전반적 문제의식에 접맥돼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청년실업이 만연한 상황에서는 임금인상을 요구하기보다는 그만큼의 비용을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나 사회적 공익사업에 투입하도록 하는 지혜가 아쉽습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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