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글로벌 코리아]<8>유색인종 “일할 곳이 없어요”

  • 입력 2004년 7월 12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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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에 부임한 주한 A대사관의 한 외교관(여)은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영어가 능통한 필리핀 가정부를 고용하려다 포기해야 했다. 한국은 외국 국적의 우리 동포를 제외한 외국인의 서비스 업종 취업을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만과 싱가포르 등지에서는 영어를 쓰는 외국인 가정부나 보모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들어오는 동남아시아 출신 근로자들과 중국 조선족들에게 한국의 외국인 취업 허용 여건은 너무 까다롭고 절차도 복잡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들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길은 △전문기술인력(E-1∼6 비자)=정보기술(IT)과 전산 분야 △단기취업(C-4)=산업연수생, 상사 주재원, 초청연구, 영어회화지도, 예술흥행 △외국인고용허가제(E-9) △방문동거취업(F-1∼4) △관광취업(H-1) 등이다.

8월 17일부터 외국인 고용 허가제가 본격 시행돼 동남아 등 8개국 근로자 2만5000명이 들어올 예정이지만 이들은 재외 동포처럼 서비스업에 종사할 수 없다. 취업관리제를 통해 국내에 취업하려는 재외 동포에게도 일자리의 벽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방문동거비자(F-1∼4) 발급 자격이 30세에서 25세로 낮춰지고 허용 업종도 건설업으로 확대되는 등 취업 여건이 그나마 완화된 것은 며칠 전인 이달 7일부터다.

현재 고용허가제 역시 3D업종에 주로 종사하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발목을 죄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들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현재의 직장을 그만뒀을 때 2개월 이내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불법체류자가 된다. 이에 대해 서울조선족교회는 “최소한 4개월은 줘야한다”면서 “고용주의 허가가 없으면 직장 이동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규정도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업자가 외국인 근로자를 쓰기 위해선 의무적으로 한 달 동안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는 규정도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그 기간이 너무 길어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기회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서비스업 취업 허용은 불법고용 관행과 내국인 고용기회 보장 등의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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