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조기 주권이양…치안확보-민심회복이 과제

  • 입력 2004년 6월 28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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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환호도 없었다. 축하 행렬도 없었다. 주권을 이양하는 미국 쪽에서 2명, 영국 1명, 이양 받는 이라크 과도정부에서 3명 등 6명만이 달랑 참석한 조촐한 행사였다. 국민적 축하와 전 세계의 축복을 받아야 할 이라크 주권 이양은 이렇게 초라하게 ‘도둑 결혼식’을 치르듯 이뤄졌다. 28일 오전 10시26분(현지시간)이었다.》

이라크 저항세력의 총공세로 인한 안전 문제 때문에 주권 이양식은 바그다드 안전지대(그린존) 내 임시행정처(CPA) 본부에서 치러졌다. 참석자는 가지 알 야와르 과도정부 대통령, 이야드 알라위 총리, 미다트 알 마모디 대법원장과 폴 브리머 미군정 최고행정관, 마크 키미트 미군 대변인 등.

당초 계획됐던 주권 이양 기념식은 모두 취소됐다.

주권 이양은 브리머 최고행정관이 마모디 대법원장에게 주권과 관련된 법적 서류를 넘기고, 마모디 대법원장이 다시 알라위 총리에게 이를 넘기는 것으로 끝났다. 이라크전쟁으로 바그다드가 함락된 지 1년2개월19일 만이다.

그러나 주권 이양을 앞두고 테러조직의 공세와 외국인 납치 살해협박이 잇따라 주권을 넘겨받은 과도정부의 앞날에는 여전히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조기 주권 이양 배경=30일 저항세력의 공세가 집중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과도정부는 주권 이양에 따라 계엄령 선포, 통행금지 실시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할 수 있게 됐다.

과도정부는 또 정규군 및 경찰, 정보기관 창설 등 안보와 치안유지를 위한 기구설치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그동안 불가능했던 외교사절 파견과 외국 대사의 접수도 재개해 국제사회에 본격 나서게 된다.

7개월 후 정식 정부 출범까지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과도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치안 확보. 치안을 안정시키지 못하면 정치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저항세력이 과도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미군정의 연장으로 간주하고 있어 앞날은 밝지 않다.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하는 이라크 일반인들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도 과도정부의 성패를 가름할 요인이다.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은 그대로 남아 이라크 정규군과 함께 치안 임무를 맡는다. 다만 그동안 미군의 지휘 체계 속에 운영돼 온 연합합동사령부(CJTF-7)가 해체되고 대신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사령부(MNF)와 다국적군단사령부(MNC)가 그 역할을 수행한다.

▽끊이지 않는 외국인 납치=아랍권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27일 ‘이슬람교의 보복운동’을 자칭하는 테러조직이 인질로 잡은 미 해병 1명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이 조직은 구체적인 살해 시한을 밝히지 않은 채 “이라크에 수감 중인 모든 이라크인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미군 당국은 인질인 하순 와세프 알리 상병이 21일 실종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알 아라비야TV에는 파키스탄인 1명이 인질로 잡혀있는 모습이 보도됐다.

앞서 26일에는 테러조직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가 터키인 3명을 붙잡아 “72시간 이내로 터키인들이 이라크를 떠나지 않으면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터키 정부는 다음날 “테러단체의 요구에 굴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6월 들어 이라크에서 납치되거나 살해당한 외국인은 11명. 4월 이후 인질로 붙잡힌 외국인은 79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인질 참수 장면을 공개하는 등 잔혹성을 더해가는 추세다.

현재의 추세로 볼 때 앞으로 공개적인 인질 살해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4월 이후 실종된 외국인은 미국인 4명, 이탈리아인 2명 등을 포함해 모두 18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테러조직에 납치되어 있다면 테러조직은 언제라도 ‘필요’에 따라 인질을 살해할 가능성이 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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