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진단 클리닉]<9>피로…우울증이 피로감 유발하기도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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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피로회복’이란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피로 내지 피로감에 회복이란 단어는 맞지 않다. 피로는 개선, 또는 해소라는 말을 써야 한다. 말 그대로 낫게 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얘기다. 피로감은 나이, 업무량 등 상황에 따라 누구든지 느낄 수 있다. 대부분 푹 쉬면 낫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각종 질병의 중요한 지표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진료실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접하다 통계를 내본 적이 있다. 43%가 우울증이 원인이었다.

물론 과도한 업무로 인해 피로감이 일시적으로 유발되거나 심리적으로만 그럴 뿐 실제 이상이 없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빼면 우울증이 피로감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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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 원인이 돼서 생기는 피로감은 전반적으로 활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루 종일 피곤하며 충분히 쉬어도 피로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기분도 괜히 우울하고 매사에 의욕이 떨어진다.

증세로는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린다거나 소화가 되지 않고 밥맛이 없다. 목이 뻣뻣해지고 묵직하게 아플 때도 많다. 특히 불면증이 동반돼 피곤한데도 밤에 잠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이 원인이 아니라면 밤에 곯아떨어지기 마련이다.

또 일을 평소보다 많이 한다고 해서 피로감이 더 하거나 반대로 일을 줄인다고 해서 피로감이 줄어드는 일도 없다. 쉽게 말해 무엇을 하든지 또는 하지 않든지 상관없이 늘 피곤하다고 느낀다는 얘기다.

이런 경우 우울증을 치료해야 피로감이 사라진다. 그렇지만 대부분 자신이 우울증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 실제 환자들에게 “우울증 때문에 피곤한 겁니다”라고 말해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이 원인인 피로감은 주변에서 먼저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과 달리 동료가 말이 없거나 괜히 힘들어하고 우울해 하면서 심하게 피로감을 호소한다면 “자네, 우울증 때문에 피곤한 거 아닌가”라고 조언해 주도록 하자.

여성의 경우 우울증 다음으로 피로를 유발하는 원인은 갑상샘기능저하증이다. 먹지도 않았는데 체중이 늘거나 피부가 거칠어지고 윤기가 없어지며 머리카락이 빠지고 목 쉰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또 예전에는 괜찮았는데 최근 들어 추위를 많이 탄다면 역시 몸의 대사기능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다.

또 적지 않은 남성이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이 경우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피로감의 원인 및 치료법
원인특성대책과 치료
우울증우울한 기분, 의욕 상실, 상실감을 느끼며 수면부족, 두통, 소화불량, 가슴 답답함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가정의학과나 정신과를 방문해 상담과 항우울제 치료를 받는다.
약물에 따른 피로감고혈압 약, 수면제, 항우울제, 항히스타민제 등 특정약물을 복용한 뒤 피로감이 생긴다.약물을 바꿀 것인지 여부를 의사와 상의한다.
갑상샘기능저하증이유 없는 체중 증가, 건조하고 거친 피부, 가벼운 목쉼, 추위를 잘 타는 등의 증세가 생긴다.갑상샘 기능검사를 받은 뒤 갑상샘 호르몬제를 먹는다.
당뇨병이유 없는 체중 감소, 갈증과 함께 소변의 양이 증가하고 자주 누게 된다. 공복 상태에서 당뇨검사를 받고 식이조절, 운동, 약물치료를 받는다.
빈혈생리양이 많은 여성에게 잘 생기며 얼굴이 창백해지고 피로감과 함께 숨이 차며 어지럼증이 생긴다.혈액검사를 받은 뒤 철분제를 처방받아 4∼6개월 복용한다.
수면무호흡증코를 아주 심하게 골며 잠자면서 10초 이상 숨을 안 쉬다가 ‘푸’ 하고 몰아쉬는 경우가 여러 번 있다.수면다원검사를 받은 뒤 원인을 찾아 치료를 한다.
간기능부전황달, 또는 복수(배에 물이 차는 현상) 등 간 기능 저하에 따른 증세가 동반된다.충분히 안정을 취하면서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다.
만성피로증후군각종 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데도 6개월 이상 피로가 지속돼 일상생활에 장애가 생긴다.경험 많은 전문가와의 상담 및 치료가 필요하다.

박진호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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