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스테디셀러]´세상을 보는 지혜´

  • 입력 2002년 9월 27일 16시 53분


◇세상을 보는 지혜/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박민수 번역/176쪽 6000원 아침나라

“윗사람을 이기려 들지 마라. 우월한 모든 것은 미움을 받는다.… 신중한 사람이라면 평범한 이들이 내세우는 장점을 감출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아름다움을 허름한 옷으로 가릴 것이다.”

‘세상을 보는 지혜’는 열악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지혜를 소개한 잠언서. 냉혹한 현실을 요령 있게 적응하면서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용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가슴과 머리는 인간 능력의 두 극이지만 지성과 마음을 겸비해야 한다”거나 “행복할 때는 호의를 얻기 쉬우며 우정도 넘쳐 흐르지만 불행할 때를 대비해 우정의 재고를 저장하고 보답 받을 일을 남겨 두라”고 조언한다.

이 책의 저자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17세기 스페인의 작가이자 철학자.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독일어로 번역, 소개해 서구의 대표적인 교양서로 알려졌다.

‘…지혜’는 국내에서 1991년 말 초판이 나왔고 지금까지 약 260만부가 팔렸다. 요즘도 해마다 2만부 이상 판매되고 있다. ‘소중한 사람의 인생 앞에 놓아주고 싶은 책’이라는 광고 문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황근식 ‘아침나라’ 출판사 대표는 91년 10월 이 책을 우연히 만났다. 독일 뮌헨의 ‘휴겐 듀벨’이라는 서점에서 20여년간 사서로 일하던 크림엘 여사에게 한국인에게 추천할 만한 책을 의뢰해 건네 받은 것이 ‘…지혜’였다.

1996년 ‘…지혜’ 후편도 나왔다. 중국 명대의 학자 뤼신우의 글 249편을 골라 번역한 인생 지침서로 마음 다스리는 법, 인생의 가치를 소개한다.

“잘 다투거나 열심히 상대방의 결점을 들춰내는 사람은 그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는지 살펴보라고 충고해줄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진정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읊조린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법은 풀기 힘든 숙제이다. 대세에 순응하기도, 무작정 저항하는 것도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순하나 속은 곧고 꿋꿋함’을 의미하는 ‘외유내강(外柔內剛)’처럼 내실을 다지는 삶이 지혜로운 삶일 수 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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