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칼럼]‘수평조직 축구’

  • 입력 2002년 6월 7일 18시 58분


현대축구에서 보통 한 선수가 볼과 접하는 횟수는 전후반 90분 경기 기준 60∼70회 정도다. 펠레가 ‘축구황제’인 것은 이 볼터치 횟수에서 그대로 입증된다. 펠레는 그가 뛴 4번의 월드컵대회에서 경기당 평균 96회를 기록했다. 물론 지단도 유로2000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연장 포함 120분, 프랑스 2-1승)에서 팀내 최다인 109회나 공을 받았다. 90분 경기기준으로 보면 지단의 볼터치 횟수는 81.7회. 펠레에는 못미치지만 다른 선수보다는 훨씬 많다.

한마디로 펠레와 지단은 60, 70년대의 브라질팀이나 오늘날 프랑스팀에서 전력의 30%이상을 차지하는 ‘핵(DNA)’이다. 이들과 맞서는 팀은 이들을 어떻게 막느냐에 승패가 갈린다.

그러나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 이들이 부상이라도 당하거나 컨디션이 나쁠 때는 대안이 없다. 더구나 아무리 탄탄한 조직이라도 팀원 중 한사람이 스타로 뜨기 시작하면 다른 팀원들은 그 스타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된다. 덩달아 조직도 그 스타에 의존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진다. 그것이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팀은 글자 그대로 ‘다인종 연합의 무지개팀’이었다. 그러나 4년 후 프랑스팀은 ‘지단의 팀’으로 변했다. 신흥 축구강국으로 떠오른 포르투갈도 어느새 ‘피구의 팀’이 됐다. 그리고 그들은 팀워크의 팀들에 ‘동네북’의 수모를 당했다.

현대경영은 시스템과 팀워크다. 한 개인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덴마크나 미국, 한국 축구팀에는 이렇다할 스타가 없다. 특히 덴마크는 수비-공격 역할 분담이 철저한 ‘끈끈한 축구’의 전형이다. 한국은 전원공격 전원수비의 ‘수평조직 축구’다.

조직에서 스타란 너무 커지면 ‘계륵’과 같다. 팀워크가 사라진다. 달빛이 너무 밝으면 주변의 별빛들은 빛을 잃는 법이다.김화성 스포츠레저부 차장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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