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의 현주소]학원 교묘한 학생유치 '마케팅'

  • 입력 2002년 4월 29일 17시 26분


수강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학원들이 구사하는 마케팅 전략이 갈수록 다양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수강생들의 내신 성적 관리. 학원들은 수강생의 내신 성적을 올리기 위해 편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학원들은 인근 학교들의 기출 시험문제와 경향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해 놓고 시험 등에 대비해 예상 문제를 만들어 시험 준비를 시켜준다.

서울의 한 고교생 대상 보습학원은 인근 고교에서 수년간 출제했던 시험문제를 책자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학원측은 시험문제를 수집하기 위해 시험지를 가져오는 학생들에게 ‘답례’를 하기도 한다. 학원들은 이렇게 수집한 문제들을 종합 분석해 어떤 교사가 어떤 유형의 문제를 출제할지를 파악한다.

경기 분당의 한 고교 주변 학원들은 새로 전근을 온 교사가 이전 학교에서 출제했던 문제들까지 입수해 ‘실력있는 학원’으로 소문이 나기도 했다.

서울 강북지역의 B학원 강사는 “교사들이 문제를 출제하는 유형이 해마다 비슷하기 때문에 적어도 70%까지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부 학원에서는 자체 수집한 인근 학교의 시험문제집을 엮어 학생들에게 판매하기도 한다. 중간 및 기말고사 때가 되면 수업을 시험 준비체제로 바꿔 시험 범위에 따라 수강생의 시간표와 반을 새로 편성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학원의 마케팅 전략에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교사가 학기별로 정해진 단원을 뒤바꿔 가르쳤더니 학원 강사가 항의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시험 때가 되면 학원에서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를 집중적으로 재정리 해주는 학원도 많다. 내신평가가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교사들이 문제를 쉽게 출제하기 위해 교과서에서 문제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교사는 교과서에 있는 문제를 몇 개씩 그대로 출제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 O중의 한 교사는 “학원에 열심히 다니는 학생일수록 시험문제를 조금만 창의적으로 출제해도 풀지 못해 쩔쩔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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