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살리자]11만명에 1곳…OECD국가중 꼴찌

입력 2001-07-16 00:47수정 2009-09-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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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는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상위권을 기록하는 등 정보 네트워트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지만 정작 그 내용을 채울 콘텐츠 면에서는 취약하기 그지 없다. 지식정보사회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문화인프라인 도서관이 놓인 현실은 외국에 내세우기 창피할 정도. 최근 문화계에서 도서관을 살리자는 켐페인에 적극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도서관의 현황과 회생 대책을 분석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편집자> 》

▼글 싣는 순서▼

- <上> 열악한 인프라
- <中> 정책 문제 없나
- <下> 이렇게 해결을

지난 2월말 문화개혁시민연대, 한국도서관협회,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여러 단체들이 모여 ‘도서관 콘텐츠 확충과 책읽는 사회만들기 국민운동’을 시작하자 곳곳에서 호응이 잇따르고 있다. 초중고교의 도서관 문제를 다루는 ‘학교도서관 살리기 국민연대’는 이와 별도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도서관 살리기 캠페인이 설득력을 지니는 이유는 감각적 문화에 탐닉하는 사회 세태, 공교육 붕괴에 대한 대안(代案) 부재, 도서정가제 논란 등 출판 문화의 혼란에 따른 위기의식이 문화계 안팎에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도서관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 수는 400개. 일본은 우리의 6배인 2585개, 독일은 15배인 6313개, 공공도서관이 가장 많은 미국은 8946개다. 인구 대비로 따진다면 핀란드는 3200명에 공공도서관 하나, 독일은 4000명, 덴마크는 4만6000명, 미국은 2만6000명, 그리고 우리는 11만5000명에 하나다.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도서관 수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서울의 경우만 따진다면 약 33만명 당 공공도서관 한 곳이 있는 셈이고, 서울의 일부 지역은 인구 1백만명 이상의 밀집지역에 공공도서관이 하나뿐인 경우도 있다.

도서관 숫자가 얼마 안되는 것도 문제지만 더 우려할 만한 것은 우리 도서관들의 ‘내실’이다. 도서관 건물 만 지어놓고 실제 이용자들이 골라볼 수 있는 장서 확보가 제대로 안되어 있는 것. 이에 따라 일반인들은 도서관을 더욱 찾지 않게 되고 그 결과 고시생이나 입시생들의 ‘독서실’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공공도서관의 1인당 장서수를 보면 1위인 핀란드의 7.15권을 비롯해 덴마크 5.96권, 미국 2.59권, 일본 2.56권인데 비해 한국은 말레이시아의 0.51권보다도 적은 0.47권에 불과하다.

도서구입비를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 전국 400개의 공공도서관의 2000년도 도서구입용 정부 지원예산은 약 50억원. 지방자치단체 분담분까지 다 합쳐도 200억원 수준이다. 미국 하버드대 도서관의 1999년 도서구입비는 275억원. 우리 정부 전체의 도서구입 예산과 비교할 때 5배가 넘는다.

2000년 정보화 사업을 위한 정부(정보통신부) 예산은 1조4000억원. 문화관광부가 2002년 도서 구입 예산으로 예산당국에 신청한 액수는 그 100분의 1수준인 150억원이다. 이 액수 조차도 예산심의 및 국회 통과 과정에서 삭감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도서구입 예산이 얼마 되지 않다보니 출판 시장도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반 수요가 많지 않은 인문서적의 경우 외국처럼 도서관에서 구입해 줄 경우 일정 부수를 소화해 제작에 큰 보탬이 되지만 우리는 이같은 수요를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인문서적 출판이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이것이 다시 인문학 분야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것.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도서관 인프라 확충은 물론 도서구입비의 대폭적인 증액이 요구된다는 게 문화계 인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도서관 확충운동'주도 도정일교수▼

“김 기자, 책맹(冊盲)이라고 들어봤어요? 문맹(文盲)보다 더 심각한 게 바로 책맹이에요. 책맹은 자기도 모르게 정치적, 상업적 조작의 대상이 돼버리거든.”

‘도서관 콘텐츠 확충과 책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을 주도하는 도정일 문화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경희대 교수·영문학). 우리의 심각한 ‘문화 빈곤’ 현실을 널리 알리느라 요즘 무척 바쁘다.

“시대가 어느 땐데 책을 읽으라니, 고리타분하다고요? 천만에요. 정보화 시대는 책을 안 읽어도 되는 시대를 뜻하는 게 아니에요. 정보화를 주도하는 선진국들이 과연 도서관 건립과 독서 권장을 소홀히 할까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통계자료가 보여주고 있어요.”

전통적으로 학문을 숭상해온 우리 사회가 지난 50년만에 ‘인터넷 오락만 잘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는’ 사회로 돌변한 현실을 도 교수는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책을 안 읽는 것도 문제지만, 책 읽기를 우습게 아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 문제에요. 어쩌면 현대 사회는 사람들이 책맹이 되도록 부추기는지도 모르죠. 그래야 속이기가 쉬울테니까요. 책맹이 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대단히 위험한 일입니다. 기본이 허약한 사회는 결국 경박하고 천박한 사회로 도태되고 말아요.”

도교수는 ‘독서〓아날로그〓현실 도태’라는 그릇된 고정관념을 불식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서는 결코 창조적인 문화가 생산될 수 없어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통신망을 개발하면 뭐합니까. 그 통신망으로 전달할 콘텐츠가 없는데. 독서야말로 지식 산업사회를 준비하는 기본입니다. 결국 도서관 살리기 운동은 곧 나라 살리기 운동과 같지요.”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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