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쟁점토론]성매매 청소년 처벌

  • 입력 2001년 6월 8일 18시 58분


《‘청소년 성매매(원조교제)’를 한 청소년도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5일 “청소년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청소년 성매매를 부추기는 등 문제가 있다”며 윤락 청소년과 숙박업소 주인까지 처벌하도록 관련법 개정 건의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여성 및 청소년단체들은 해당 청소년들은 잘못된 사회구조 아래서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이기 때문에 형사처벌로 전과자 낙인을 찍기보다는 선도가 우선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찬성-자발 매춘 감싸면 또 비행▼

국민적 관심 속에 청소년 성보호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다되어간다. 실제 우리나라는 10대 청소년들에 의한 성매매 행위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이 법이 미성년자의 매춘행위를 규제할 수 있다는 순기능적인 역할을 긍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성을 사는 행위의 개념규정, 이 법을 위반한 자에 대한 신상공개조항, 성을 판 청소년에 대한 불처벌의 원칙 등은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성을 판 청소년’에 대해 처벌하지 않고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규정의 취지는 청소년은 확실하게 사회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며, 성을 판 미성년자는 본인 스스로의 잘못보다는 환경에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처벌해야 할 대상은 사회이며 성을 산 성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청소년 성매매 행위로 적발된 여학생이 매춘여성이라는 굴레를 쓰고 견디지 못해 자살한 사건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매춘 청소년을 처벌하지 않고 귀가 등 보호조치를 하는 것이 일견 합리적이며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누구나 정상적인 사람으로 14세 이상이면 형사책임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 20세 미만까지는 소년법의 적용을 받는다. 유독 소녀매춘을 한 사람에 대해서만 처벌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매춘 청소년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의식을 갖지 않고 마치 청소년은 상습적으로 성매매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실제 많은 미성년자들이 그렇게 알고 있는 경우를 본다. 또한 청소년 성매매는 친고죄이므로 성을 사다 적발된 사람에게 화의를 전제로 하여 돈을 뜯어내는 병폐현상까지 나타나는 실정이다.

더욱 큰 문제는 청소년 성보호법상의 성매매는 강제매춘이 아니라 단순히 미성년자에 대한 성매매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청소년들이 의외로 자발적이거나 적극적으로 성을 팔겠다고 나선다는 사실이다. 강제 매춘의 경우 가해자를 엄벌하고 피해소녀를 보호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반면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성을 팔겠다고 나선 청소년들은 처벌받아야 한다. 성을 팔아도 처벌되지 않는 점을 악용하여 ‘앵벌이 조직’과 같은 범죄집단이 형성되는 현실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앞으로는 악의적으로 성을 팔거나 이용되는 청소년들도 많이 생길 것이다.

청소년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를 악질적인 범죄로 인식해 서로가 감시하고 맑은 사회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법은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 자만이 보호받는 게 원칙이다. 청소년 성보호법에 의해 획일적으로 청소년의 처벌을 배제할 것이 아니고 사안에 따라 검찰과 법원에 의한 사법적 판단이 이루어지도록 맡기는 편이 현명하리라 본다.

지광준(강남대 법학교수)

▼반대-치료와 선도가 근본 대책▼

여성 및 청소년단체의 각고의 노력과 많은 시민의 서명으로 제정하게 된 청소년성보호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이 법은 사회에 만연한 상업적인 성문화가 나이 어린 청소년의 성마저 사고 파는 풍조를 막기 위해 진통 끝에 내놓은 고육책이었다. 논란이 됐던 청소년 성 매수자의 신상공개 제도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가해자의 인권 보호라는 이유로 신상공개 내용 및 대상이 축소되어 법제정 의지가 얼마나 실현될지 의심스럽다.

최근 발표된 검찰의 청소년 성 매수자 사법처리 현황을 보면 기소된 피의자 중 6%만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실형을 선고받은 이유는 같은 범죄의 재범자이기 때문이고 그나마 1심 형량이 징역6월∼1년에 그치고 있다. 청소년 성매매의 특성상 단속이 쉽지 않아 재범이 되기는 더욱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대다수 성매수자들은 법의 제지를 거의 받지 않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사법부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청소년 성매매 행위를 근절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법의 집행이 이러할진대 성매매 청소년 당사자를 형사처벌하겠다고 하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이런 제안을 하게 된 배경은 일부 수긍이 간다. 청소년 성매매의 경우 상습적으로 재발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악용한 2차 범죄도 생겨나고 있으며, 이들을 선도·교화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 청소년의 문제를 확대 해석하여 내놓은 방책으로 명백한 한계를 안고 있다고 본다.

현장에서 부닥쳐보면 해당 청소년 중 상당수는 가출을 했으며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이들은 오랫동안 가정과 학교로부터 구조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버림받고 상처받은 청소년이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그리고 어른들의 왜곡된 성문화에 노출된 아이들은 생존의 수단으로 성매매에 길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솔직한 바람은 떳떳한 직장을 갖고 평범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 형사처벌로 평생 전과자의 낙인을 남기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행법에 의해서도 보호관찰, 소년보호시설감호위탁, 소년원송치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아이들에게 재활의 기회를 주고 치료할 수 있는 사회복귀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선도보호시설과 상담소를 설치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법조문일 뿐이고 어떠한 사회적 기반도 없는 실정이다. 하루속히 형사처벌보다는 치료와 선도가 우선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비록 범법행위를 한 청소년이라도 그들이 문제아라기보다는 미래 사회의 성원이자 일꾼이라는 청소년보호의 철학으로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 그들을 자기 자식처럼 생각하고 보다 세심한 사랑과 배려를 쏟아주기를 기원한다.

이명화(YMCA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