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암행어사가 된 히딩크! 프로구단 감독들의 바램이라는데…"

  • 입력 2001년 3월 26일 14시 24분


암행어사 히딩크!

2001년 프로축구의 대장정이 시작된 요즘 각 프로구단 감독들이 대표팀 감독인 히딩크에게 희망하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일찍이 암행어사는 임금을 대신해 각 고을의 관리자들을 감찰하기 위해 태어난 직분.

한데 올해부턴 프로구단의 감독들이 히딩크에게 암행어사가 되주길 원하고 있다.

물론 각 구단의 감독들을 감찰해달라는 것은 아니고 선수들에 대해서만...

지난 25일 전국의 각 구장에서는 올 프로축구의 시작을 알리는 아디다스컵이 시작됐다.

따라서 2기 히딩크호의 신선한 인물을 찾기 위한 히딩크의 발걸음은 당연히 경기가 열리는 구장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국내 축구팬들에게 인기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히딩크를 협회관계자들 역시 접대에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상황.

안양과 포항의 경기를 통해 새로운 선수발굴을 준비한 히딩크를 대대적으로 환영한 것은 축구팬뿐만이 아니고 구장과 구단 관계자들도 포함됐다.

일찌감치 히딩크의 방문소식을 전해듣고 특별석 지정은 물론 장내방송까지 동원, 국가적인 톱스타 히딩크의 입장을 알렸다.

히딩크가 온 국민의 관심대상이라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

축구팬들이 즐거운 맘으로 히딩크를 환영하고 있을 때 선수들의 눈빛은 사뭇 진지해진다.

대표팀의 새로운 명감독이 자신의 플레이를 보기위해 왔다고 한다면 그 어느 선수가 긴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당연히 선수들의 플레이는 다소 긴장한 상태에서 개인적인 욕심이 앞선 분위기로 갈 수 밖에 없다.

이러니 각 구단의 감독들이 히딩크의 방문을 꺼려한다.

프로팀 감독들은 팀 특유의 조직력이 히딩크로 인해 무너지니 그의 방문이 좋을 리 없고 히딩크 역시 선수들이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플레이를 펼친다면 방문의 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고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지도 않고 대표팀에 발탁할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프로감독들은 히딩크가 암행어사처럼 행동해 주길 원한다.

조용히 관중석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선수들의 플레이를 관전하고 평가한다면, 선수들 역시 어디선가 히딩크가 보고 있다는 작은 긴장감으로 보다 나은 경기를 펼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축구의 16강 진출을 위해 이래저래 바쁜 히딩크 감독!

이제는 한국 전통의 암행어사 역할까지 배워야하니 몸이 10개라도 모자라게 생겼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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