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홀트여사의 '큰 사랑'

동아일보 입력 2000-08-02 18:28수정 2009-09-2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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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하늘의 부름을 받은 그 순간까지도 오직 입양아(入養兒)들만 생각했다. 그는 노후에 미국 오리건주 유진시의 자택에서 생활하면서도 그가 입양을 알선한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유족들은 전하고 있다.

한국의 전쟁고아 등 불우아동들에게 사랑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데 평생을 바친 버서 홀트여사가 96세를 일기로 엊그제 미국 자택에서 별세했다는 소식이다. 미국 가정에 입양된 한국 고아들이 ‘할머니’로 부르며 의지했던 ‘고아들의 천사’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가 일생을 두고 매일 새벽 조깅을 하며 건강을 지키려고 애쓴 것도 ‘그 아이들’을 좀 더 오래 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홀트여사는 1955년 한국의 전쟁고아 8명을 데려다 친자식(6명)과 함께 키우면서 남편(1964년 한국에서 별세)과 홀트국제아동복지회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입양사업을 시작, 그동안 한국 고아 7만여명의 해외입양을 알선하고 1만8000여명에게는 한국에서 새 가정을 찾아주었다. 아이들은 친부모가 됐건, 양부모가 됐건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이들 부부의 신념이었다.

생전에 홀트여사가 보여준 사랑의 실천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우리가 책임지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입양은 1700여명, 해외입양은 2400여명으로 여전히 ‘고아수출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제 대를 잇기 위한 입양이 아니라 버려진 아이들을 훌륭한 사회구성원으로 키운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지워나갈 수 있는 범국민적 캠페인을 벌일 필요가 있다. 불우아동을 사회시설에 수용해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호적에는 올리지 않고 자립할 때까지 부모 없는 아이들을 돌봐주는 가정위탁 양육제도를 활성화하고 이들 가정에는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해외에 입양된 아이들이 나중에 뿌리를 찾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출생과 입양과정 등 필요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라고 본다.

한국 아이들을 사랑했고, 그의 뜻에 따라 경기 고양시 홀트복지타운 내 남편의 묘소 곁에 묻히게 된 홀트여사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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