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 누드는 원래 예술적인 표현(?)

  • 입력 2000년 9월 1일 10시 29분


* 누드(nude)

김희선의 누드집 파동이 결국 맞고소 사태로 확산됐다. 당사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억울함을 언론에 호소하고 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양측 다 '누드집'이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김희선은 "누드집 촬영이면 애당초 아프리카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누드 촬영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고, 사진작가 조세현씨도 "누드집이 아닌 영상집"이라며 언론의 보도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냈다.

사실 '누드(nude)'란 단어는 그리 오래된 말은 아니다. 18세기 초 서양의 일부 미술비평가들이 알몸의 육체가 항상 예술의 중심이 되어왔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냈다. 영어 'nude'는 라틴어 'nudus(나체의)'에서 유래됐다. 이는 단순히 벌거벗은 상태인 '알몸의(naked)'와는 달리 예술적 의미가 깃든 나체를 뜻한다.

누드 사진은 사진기술이 처음 개발된 때부터 시도됐는데, 19세기 프랑스 화가 들라크루아는 1885년 수많은 누드 사진을 촬영해 누드 사진의 원조로 꼽힌다.

누드를 영화의 장르로 개척한 사람은 미국의 루스 메이어(Russ Mayer)이다. 50년대 '플레이보이지' 기고가였던 그는 59년 본격적인 포르노 영화의 시조로 꼽히는 <비도덕적인 티어즈 씨>를 제작했다.

최근 들어 서갑숙등 몇몇 여배우들이 누드 영상집을 냈지만, 우리나라에서 누드 영상집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정적이다. 성에 대한 개방의 강도가 우리보다 현격하게 센 일본에서 누드 내지 세미 누드 영상집은 여자 연예인에게 성인 연예인임을 알리는 일종의 신고식 과정으로 꼽힌다. 누드집이 아니더라도 10대 아이돌 스타에서 출발한 여자 연예인들이 20살이 넘으면 수영복이나 노출이 심한 옷차림의 섹시한 영상집을 내는 것은 기본적인 스타 마케팅의 하나로 꼽힌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야자와 리에의 누드 영상집 <산타페>도 사실 청순한 아이돌 스타로 인식되온 그녀가 이미지를 바꾸는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다. 재미있는 것은 20대 초반이 아닌 중반이나 후반의 여자 스타들이 인기가 떨어지거나 소속사를 바꾸었을 때 하락세를 역전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 과감한 누드영상집을 발표한다는 것이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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