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병원에서 ‘살아남기’]<12>“군의관도 민간의사와 같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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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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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아프다 말하는 문화 필요”
군의관


《군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정부에선 총리 지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꾸려졌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실력 없는 군의관들이 문제일까, 아니면 시스템의 문제일까. 군 병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환자는 어떻게 해야 될까. 이진한 본보 의학전문기자(이하 이)가 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이하 권)와 함께 군 병원과 의료 서비스에 대해 알아봤다.》

▽이=군의관은 누가 되는 것인가요?

▽권=군의관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의무 복무하는 군의관이고 다른 하나는 직업 군인이지요. 의무 복무하는 군의관이 96%(2310명)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사실 진료하는 군의관은 단기 군의관(의무 복무)이 대부분이고 장기 군의관(직업 군의관)은 4%(88명)에 불과합니다. 장기 군의관들은 주로 군병원 경영과 의무사령부에서 일하고 있지요.

▽이=단기 군의관은 의사가 된 후 전문의를 마친 경우와 인턴만 마친 경우가 있죠. 인턴을 마친 사람은 대부분 의무대에 근무하고 전문의를 딴 사람은 주로 병원에서 근무하지요. 장기 군의관은 사관학교를 마치고 의대에 위탁교육을 온 군인이거나 의무복무 군의관 중에서 장기복무를 지원한 사람이고요. 그런데 정말 군대에서는 의료사고가 많은가요? 그리고 정말 의술이 부족한가요?

▽권=사실 이 부분을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의료사고 발생률은 의료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뭐라 단정하기는 어렵죠. 하지만 군의관의 실력이 민간기관과 차이가 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군의관도 일반 의사와 마찬가지로 일반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습니다. 또 군 병원에 근무하는 군의관은 모두 전문의 자격증을 갖춘 의사입니다. 군대에서 의사를 뽑을 때는 같은 과 의사가 여러 명 있을 때 가장 공부를 많이 한 사람, 가장 건강한 사람을 먼저 데려가고 있으니 그런 점은 오히려 좋다고 봐야죠.

▽이=현실과 달리 일반인은 여전히 군 병원에 대한 불신감이 많이 있습니다.

▽권=일반인의 불신감 뒤엔 그들도 경험한 군대생활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위생병’에게 포경수술을 받은 사람도 있고 군의관에게 진료 안 받고도 위생병에게 약을 타 먹은 경험이 있죠. 가끔 군의관에게 꾀병으로 의심받아본 억울함도 있고요. 그러다보니 군 의료체계 전체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이것은 한국군 전체가 갖고 있는 징병제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이=네, 군대 생활이 그렇게 고급스러운 건 아니니까요. 이런 경험이 군 병원은 무조건 열악하고 실력이 없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결국 힘든 군 생활의 경험이 있는 일반인은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군요.

▽권=네 맞아요. 민간병원이라고 해서 그런 환자를 정확히 발견해내고 적절한 치료를 받게 했을지는 모를 일이죠. 사회에서도 비슷한 의료사고는 많이 있죠.

▽이=군대 내 의료사고는 민간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문제는 공식 노출이 안 되기 때문에 알 수 없죠. 더구나 군 의료사고는 소송이 걸리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통계가 사실상 없다고 봐야 되죠. 그렇다면 실력 없는 의사가 가는 곳이 아닌데도 왜 이런 사건들이 한꺼번에 터진 것인지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권=사실 민간 병원과 달리 군대는 대대단위로 의무대가 설치돼 있어 군의관을 만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다만 전방부대의 경우에는 부대의 위치가 민간병원이나 군병원으로부터 멀기 때문에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후송체계에 미흡한 점이 있습니다.

▽이=최근 정치권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의학원을 만들어 전문 인력을 키우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국방의학원은 의학전문대학원, 국방의료원, 국방의학연구소 등을 한군데에 집중시켜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인 것 같던데요.

▽권=국방의학원은 직업 군의관 후보 40명을 선발해서 무료로 가르쳐서 전문의자격 취득까지 보장하는 것이죠. 그런데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이후에 받았던 장학금을 국방부에 되돌려주면 언제든지 전역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도 국방장학생 중 상당수가 중간에 그만두었습니다. 군인만 진료하는 병원을 민간에서 만들면 그곳에서도 의사들이 병원을 그만두는 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국방의학원 도입에서 낭비 요소가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우선은 인력의 재교육, 시설의 현대화, 민간병원 협력 등이 중요한 문제겠군요.

▽권=맞습니다. 먼저 시스템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크게 인력과 시설장비 문제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인력은 군의관, 간호장교, 위생병이 큰 축을 이루는데 간호장교는 주로 관리와 행정 일을 하고 위생병들이 대부분 간단한 처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설장비는 최근 많이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민간병원들에 비하면 많이 낡고 부족한 편입니다.

▽이=민간병원이었다면 끊임없는 투자와 재교육이 뒤따랐을 텐데요

▽권=그렇습니다. 또한 군대의 의료문화를 바꾸는 것도 중요합니다. 건강은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키는 것입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즉시 의사를 만나러 가는 것이 좋습니다.

대화를 진행하면서 비록 계급사회라서 제약이 있지만 군인이라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진단이 늦어지거나 큰 수술을 해야 한다면 민간병원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군인에게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주고 있기 때문에 민간병원 이용에도 큰 불편은 없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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