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다윈의 재발견]‘性선택권’ 쥔 암컷에 잘 보이려…

  • 입력 2008년 12월 19일 03시 00분


개코원숭이. 암컷이 무리 안에서 긴밀하게 협력한다고 알려졌다. 영장류 학자들은 이를 암컷의 적극성이 나타나는 사례라고 분석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개코원숭이. 암컷이 무리 안에서 긴밀하게 협력한다고 알려졌다. 영장류 학자들은 이를 암컷의 적극성이 나타나는 사례라고 분석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性선택권’ 쥔 암컷에 잘 보이려 수컷은 싸움꾼으로 진화했다

요즘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여자 연예인들의 ‘변화된’ 모습이 곧잘 눈에 띕니다. 남자들과 한데 뒹굴며 게임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분장으로 망가지는 모습도 개의치 않습니다. 화장실도 안 갈 것 같고 불면 날아갈 듯했던 과거 여자 연예인의 이미지와 영 딴판입니다.

사회생물학에서는 이처럼 적극적인 여성상이 오래전부터 진화해온 산물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사람과 진화적으로 가까운 영장류에서 적극적인 암컷의 모습이 종종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배우자를 교묘하게 다뤄 자녀를 양육하게 하는 암컷도 있고, 경쟁심이 많아 무리 안에서 높은 지위를 얻으려 애쓰는 암컷도 있습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겔라다개코원숭이 무리의 암컷들은 서로 아주 긴밀하게 협력합니다. 화가 나면 친척이나 동료 암컷과 결속해 수컷을 공격한답니다.

암컷끼리의 위계질서가 무리 전체의 체계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중남미 지역의 고함원숭이 암컷은 무리에서 높은 서열에 올라가지 못하면 치고 올라오는 다른 젊은 암컷에게 밀려 조용히 떠나야 합니다.

진화론에서는 보통 수컷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더 많은 암컷을 차지하려고 적극적으로 경쟁하는 반면, 암컷은 기다렸다 최고의 수컷을 만났을 때 비로소 새끼를 낳는다고 설명합니다. 암컷이 수컷보다 소극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진화생물학자들은 ‘선택권’을 암컷이 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수컷의 화려한 외모나 싸움 기술 등이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진화했다는 게 바로 다윈이 제안한 성(性)선택설이라는 겁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영장류학자 세라 흐르디 교수는 암컷의 적극성이나 경쟁심이 수컷보다 덜 직접적이고 난폭하지 않아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오히려 서서히 지속적으로 진화하면서 무리 전체에 오래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오래전부터 진화해온 ‘골드미스’나 ‘알파걸’ 유전자가 최근 들어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현재 국립과천과학관 특별전시실에서 ‘다윈전(展)’이 열리고 있습니다. 관람하면서 진화론이 담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직접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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