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중견의사]유방질환/서울대병원 노동영 교수

  • 입력 2001년 10월 14일 18시 42분


서울대병원 일반외과 노동영 교수(45)는 ‘탤런트 교수’다.

그는 TV의 의학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다정하게 여성 환자들을 진료하고 수술 전에는 환자가 안정감을 갖도록 음악을 틀어놓고 환자를 기다린다. 그러나 이 때문에 ‘탤런트 교수’로 불리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영어 탤런트(Talent)의 원래 의미대로 ‘다재다능한’ 의사다.

그는 매주 월 목요일 진료일에 200여명의 환자를 보고 매년 300여명의 환자를 수술한다. 그러나 진료는 의사의 기본이다. 그는 유방암의 세포 및 분자 연구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94년부터 세계적 권위지에 이와 관련된 논문을 30여편 발표했다.

대한암협회 총무이사, 한국유방건강재단 상임이사, 한국유방암학회 총무 등 단체 활동에도 바쁘다. 지난해엔 서울대 간호대 이은옥 교수 등과 함께 유방암 환자 모임인 ‘비너스회’를 창립했다. 요즘에는 유방암 계몽 캠페인인 ‘핑크 리본 행사’ 준비로 바쁘다.

그는 또 컴퓨터 실력도 뛰어나 지난해부터 병원의 의무기록실장을 맡아 ‘전자 의무 기록 시스템’(EMR) 구축의 선봉장이 되고 있다. 대학 시절 프렌츠호른을 연주한 경험을 살려 현재 서울대 의대 교향악단의 지도교수를 맡아 ‘병원 로비 연주회’도 열고 있다. 저술 활동에도 열심이어서 유방암에 대한 대중안내서 ‘유방이 아파요, 암이 아닌가요?’(일조각 간) 등 6권의 책을 내놓았다.

그는 이처럼 바빠 쉴 틈이 없다. 일요일에도 승용차로 가족을 교회에 데려다 주고 곧바로 서울대 암연구소 5층에 있는 ‘유방암 세포 연구소’로 향하는 일이 숱하다.

그의 부친은 서울대병원장과 대한병원협회장 등을 지낸 노관택 박사(71)이고, 부친과 서울대 동기생인 장인은 서울대 총장과 국무총리 등을 역임한 이현재 박사다. 노 교수는 부친과 장인의 ‘후광’으로 편하게 살 수도 있지만 두 사람 못지 않게 바쁘게 살고 있다.

-왜 그렇게 바쁜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데….

“늘 가족에게 미안하지만 유방암의 증가 추세를 생각하면 편히 지낼 수가 없다. 유방암은 폐암, 전립샘암과 마찬가지로 선진국형 암이다. 현재 여성암 발생 순위에서 유방암이 위암에 이어 2위이지만 5∼10년 뒤 1위 암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왜 유방암이 늘고 있으며 누가 유방암에 잘 걸리나.

“식생활과 체형이 서구화되면서 늘고 있다. 유방암은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에게서 잘 생긴다. 12세 이전에 초경이 있고, 55세 이후에 폐경이 된 사람도 잘 걸리며 폐경 이후 비만인 사람도 발병률이 높다. 출산이 늦거나 아예 아기를 가지지 않아도 잘 걸린다. 물론 가족력이 있으면 더 조심해야 한다. 서구에서는 50대에서 환자가 가장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40대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것이 특징이다.”

-유방암 치료율은 어느 정도인가.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한 암이다. 유방에만 암이 있을 때엔 10년 생존율이 98% 정도이고 주변 조직에만 암이 침범했을 때에도 생존율이 70%를 넘는다. 그러나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면 생존율이 20%대로 떨어진다. 조기에 암을 발견하면 대부분 가슴을 보존하는 수술을 받을 수 있으며 가슴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도 유방성형수술로 가슴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방암을 조기 진단하기 위해서는….

“20세 이상은 매달 자가 진단하고 30대 중반 이후엔 매년 유방촬영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자가 진단으로 70% 이상이 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 가슴에 망울이 맺힐 경우 80%는 양성 종양이지만 20%는 암이다. 망울은 더러 겨드랑이에 생기기도 한다. 한쪽 유두에서 핏빛 분비물이 나오거나 유두가 갑자기 들어가는 경우, 젖가슴 한쪽이 쑥 들어가는 경우, 양쪽 가슴이 비대칭이 될 때 등에도 유방암을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증세가 없는 경우도 있으므로 정기 검사가 필요한 것이다.”

-유방암이라고 진단받으면?

“낙담해서 민간요법부터 의존하는 사람이 많다. 선인장 껍질을 가슴에 붙이거나 특정한 음식에 매달린다. 온 몸에 암이 퍼져서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라면 몰라도 치료가 가능한데도 이런 요법에 매달려 치료시기를 놓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우리나라 유방암 전문의들의 치료 수준은 세계적이다. 병원은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곳이 아니라 아픈 곳을 낫게 해주는 곳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유방암을 예방하려면.

“결혼 뒤 아기를 일찍 낳도록 하며 아기에겐 젖을 먹이는 것이 좋다. 또 매주 3일 이상 한번에 30분 이상 운동해야 한다. 미국 암협회에선 암 예방을 위해 채소를 하루 다섯 접시 이상 먹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콩을 듬뿍 먹는 것이 좋다. 콩은 유방암과 함께 뼈엉성증(골다공증)도 예방하는 좋은 음식이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어떻게 뽑았나▼

서울대병원 일반외과 노동영 교수가 유방 질환 분야의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됐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4개 의대의 일반외과 교수 42명에게 △가족 중 유방 질환 환자가 있으면 맡기고 싶고 △치료 및 연구 실적이 뛰어난 50세 이하 의사 5명씩을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노 교수와 서울대 의대 동기생인 울산대 의대 서울중앙병원 안세현 교수는 노 교수에 버금가는 추천을 받았다. 안 교수는 96년 미용 효과가 뛰어난 ‘피부 보존 유방 절제술’을 국내에 도입하는 등 유방을 보존하는 유방암 수술로 유명하다. 그는 지금까지 3000여명의 유방암 환자를 수술했으며 미국에서 발행된 인명사전 ‘후스 후 인 더 월드’ 2001년판에 소개되기도 했다.

한편 한양대병원 정파종 교수는 50세여서 꽉 찬 나이 때문에 추천을 덜 받은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삼성서울병원 양정현, 강남성모병원 정상설, 충남대병원 장일성 교수 등은 50대여서 대상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추천을 많이 받았다.

병원별로는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중앙병원, 영동세브란스병원 등의 순이었다.

▼유방암 자가진단법▼

①어깨 바로 밑에 베개를 놓고 누워서 오른 팔로 뒷머리를 받친다. 왼손 가운데 세 손가락을 펴서 지문이 있는 부위로 유방을 단단히 눌러본다. 어느 정도 눌러야 할지 모르면 일단 의사의 검진을 받아본다. 의사가 손가락으로 누른 정도를 기억했다가 그대로 한다.

②손을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가슴을 검사한다. 이후 왼팔로 뒷머리를 받치고 오른 손가락으로 왼쪽 가슴을 확인한다.

③샤워 중에도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 비누를 묻힌 손이 물에 젖은 피부에 부드럽게 미끌어지기 때문에 유방의 변화를 확인하기 쉽다.

④손으로 검사한 다음 즉시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가슴을 체크한다. 가슴 아래쪽이 움푹 파였거나 유두의 형태에 변화가 생겼는지 등을 확인한다.

▼유방질환 부분 베스트 중견의사▼

이 름소속 병원세부 전공
노동영서울대유방암의 세포 및 분자 연구
안세현울산대 서울중앙유방암의 보존적 수술
이희대연세대 영동세브란스유방 및 내분비 질환 치료
이은숙국립암센터유방암 치료 및 보존적 수술
배정원고려대 안암유방 및 내분비 질환 치료
박병우연세대 세브란스유방 및 젖샘 질환 치료
노우철원자력유방암 수술
윤정한전남대유방 및 내분비 질환 치료
남석진성균관대 삼성서울유방 및 내분비 질환 치료
한세환인제대 상계백유방암 수술
박찬흔한림대 강동성심유방 및 내분비 질환 치료
박희붕아주대유방암의 세포 생물학 연구
이수정영남대유방암의 골전이 연구 및 치료
정파종한양대유방 및 내분비 질환 치료
이광만원광대(이리)유방 및 내분비 질환 치료
전해명가톨릭대 성모유방 및 내분비 질환 치료
문병인이화여대 목동유방 및 내분비 질환 치료
손길수을지유방암 수술
차경호가천의대 중앙길 유방암 수술
김정수가톨릭대 의정부성모유방 및 내분비 질환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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