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HEALTH]당신이 혹시 '사스 분무기'?

  • 입력 2003년 4월 20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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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사는 한 아이는 주변에 병을 많이 전염시켜 ‘독의 제왕’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 중국인 의사는 홍콩의 호텔에 머물면서 12명의 동료를 감염시킨 뒤 싱가포르와 베트남, 캐나다까지 건너갔다. 중년의 캐나다 여성은 자신의 가족 3대(代)를 모두 감염시켰다.

전 세계를 활보하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지켜보면서 전염병학자들은 풀리지 않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 “그 병들은 ‘초(超)확산체’에 의해 옮겨지는가.”

1907년 장티푸스가 악명을 떨친 이후 적어도 한 세기 이상 어떤 사람들은 스튜 단지처럼 조용히 지글지글 끓는 데 그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매우 전염력이 강해 약탕관처럼 병원체를 마구 뿜어낸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결핵, 천연두, 포도상구균 감염을 포함한 일부 질병에서 ‘초확산체’는 분명 존재한다. 그것들은 초감염인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사스의 경우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병원체라는 데 대부분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러 전문가가 지적하는 것처럼 전염병의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을 때 그 병이 어떻게 확산되는지 규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병의 전염과 관련된 여러 기초적인 질문에 대해 대답하지도 못한다. 왜일까. 병마다 다르기 때문인데 가령 에이즈는 기침이 아니라 혈액에 의해 전염되는 반면 결핵은 정반대로 기침에 의해 전염된다.

일부 사스 환자들은 30명 이상을 감염시켰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금까지 보고된 것 중 가장 큰 ‘초확산체’는 26세의 공항 직원이었다. 그는 올 3월 초 홍콩의 프린스 오브 웨일스 병원에 입원한 뒤 112명을 감염시켰으며 여기에는 그를 치료했던 의사와 간호사도 포함돼 있다.

의사들은 1주일간 매일 4회씩 네뷸라이저(증기로 돼 있는 약을 분무기로 폐 안에 집어넣는 장치)를 사용한 게 원인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증기는 폐 안에 가득 퍼진 뒤 다시 밖으로 나왔다.

버지니아대 감기전문가인 잭 M 괄트니 박사는 “많은 전염병에서 아이들이 ‘초확산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메디슨 이글 하이트 아파트에서 집단적으로 감기가 발병했던 유명한 사건과 홍콩의 아모이 가든 아파트에서 300여명의 사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 바퀴벌레가 주범일 것이라고 판단한 초기 가설을 함께 언급하면서 “바퀴벌레를 비난하지 마라. 위스콘신에서는 바퀴벌레가 아니라 아이들이 ‘초확산체’였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자신이 ‘초확산체’가 되기도 한다. 징후가 나타나기 전에 여러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기 때문이다. 1913년 천연두가 전염된 유명한 사례가 있다. 당시 영국 횡단 기차를 탄 한 남자는 거의 100명을 감염시켰다.

1999년 11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지에서 결핵 ‘초확산체’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이 경우 9세 된 북부 다코타 지방의 소년이 ‘초확산체’였다. 그는 1997년과 98년 자신의 가족과 56명의 친구를 감염시켰다.

가벼운 병에 걸렸던 사람이 다시 병에 걸리면서 ‘초확산체’가 될 수도 있다. 1996년 애널스 오브 인터널 메디슨지는 한 병원 외과 중환자실에서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포도상구균이 검출된 직후 이뤄진 한 실험을 소개했다. 64명을 검사한 결과 8명의 환자와 접촉한 한 의대생의 코에서 포도상구균이 발견됐다. 그러나 그는 약한 감기 증세만 보였다.

그가 회복한 뒤 보균 검사를 했지만 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에게 다른 감기에 걸리도록 하고 3일 뒤 테스트한 결과 재채기를 통해 40배의 세균을 뿌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http://www.nytimes.com/2003/04/15/health/15SPRE.html)

정리=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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