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무릎 아파 죽겠는데 고관절 병이라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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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절 통증은 후진국 병이다. 반면 무릎 병은 중진국 병이다. 발목 병은 선진국 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생활환경이 변하고 노령화가 되면서 무릎과 발목의 병을 앓는 환자가 늘고 있다.


나는 아랍 궁의 초청을 받아 진료를 하러 방문한 적이 있다. 궁 안에 사는 환자는 수년 동안 무릎 통증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몇몇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았으나 정확한 진단 없이 스테로이드 주사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처음 환자를 보고 손으로 만지는 검사(촉진)를 진행했다. 병의 원인을 짚어 가는데 무릎이 아픈 양상이 좀 이상했다. 그 동안 무릎 통증으로 치료를 받아 온 환자였다. 난 환자의 걸음걸이를 자세히 살폈다. 아픈 쪽 발목이 필요 이상으로 팔자 형태가 돼 있었다. 이건 무릎이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바로 환자에게 천장을 보고 누우라고 한 뒤 고관절 운동범위를 체크했다. 운동 범위제한이 심해 X레이를 찍었다. 내 생각이 맞았다. 무릎이 아닌 ‘고관절 퇴행성관절염’이 문제였다.

고관절에 퇴행성관절염이 있는 경우 많은 환자들이 무릎 통증을 호소한다. 고관절 앞을 지나는 신경이 자극돼서 무릎에 통증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 경우 촉진에서는 보통 무릎이 원인이 돼서 나타나는 통증 형태와 일치하지 않는다.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고관절 관절염을 가진 환자의 상당수가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데 많은 의사들이 두 개의 문제가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논문에는 또 정확한 진단이 이뤄지지 않아 고관절이 아닌 무릎을 치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내용이 실렸다.

고관절이나 무릎 통증은 의외로 쉽게 조절된다. 그러나 항상 정확한 진단이 전제돼야 한다. 때로 정확한 진단은 영상촬영기계가 아닌 환자의 증상을 파악하고 손으로 만지는 의사의 검사에 의한 것일 수 있다. X레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은 의사의 진단을 입증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안강 안강병원장
#고관절#안강병원#무릎 통증#퇴행성관절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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