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피플]美에이전시닷컴 회장 서찬원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9시 26분


단돈 80달러로 일어선 사나이.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40대 이하 40대 갑부’에 포함될 정도로 대표적인 한국계 벤처기업인으로 손꼽히는 에이전시닷컴(AGENCY.COM)의 서찬원회장(39)을 언급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말이다.

‘인종의 도가니’로 불릴 만큼 다양한 지구촌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사는 미국은 기회의 땅이다. 그러나 그 기회를 잡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소수민족에게 그 기회가 더 잡기 어렵다.

초등학생이던 73년 부모님을 따라 베트남과 프랑스를 거쳐 미국에 정착한 서회장은 최근 고국을 찾았다. 10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그리고 2년 전 동생이 결혼할 때 각각 고국땅을 밟았던 그는 이번에 개인적인 사정이 아닌 사업을 위해 입국했다.

세계적인 웹솔루션 컨설팅회사 에이전시닷컴의 한국지사를 설립하기 위한 것. 에이전시닷컴은 고객사의 정보기술(IT) 전략수립에서부터 웹사이트 구축, 콘텐츠 개발, 고객서비스 등에 이르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맥도널드 코카콜라 포드자동차 나이키 등 대기업들이 주요 고객층을 이루고 있다.서회장은 미국계 투자자문회사 에스나벤처그룹과 공동으로 9일 자본금 30억원 규모의 에이전시닷컴코리아를 설립했다. 단순한 지사가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교두보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왜 한국이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은 인구에 비해 인터넷이용인구가 아주 많고 모바일 비즈니스도 앞서 있는 편”이라고 진지하게 대답한 뒤 “일가 친척이 아직 한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라는 말로 가슴속에 숨어있는 조국애를 내비쳤다. 서회장은 다소 의아해하는 분위기를 의식한 듯 “물론 에이전시닷컴의 직원중에는 일가 친척이 아무도 없다”고 웃어넘겼다.

서회장은 미국계 투자자문회사 에스나벤처그룹과 공동으로 9일 자본금 30억원 규모의 에이전시닷컴코리아를 설립했다. 단순한 지사가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교두보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

‘왜 한국이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은 인구에 비해 인터넷이용인구가 아주 많고 모바일 비즈니스도 앞서 있는 편”이라고 진지하게 대답한 뒤 “일가 친척이 아직 한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라는 말로 가슴속에 숨어있는 조국애를 내비쳤다. 서회장은 다소 의아해하는 분위기를 의식한 듯 “물론 에이전시닷컴의 직원중에는 일가 친척이 아무도 없다”고 웃어넘겼다.

초중고교시절 줄곧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모범생 ‘서찬원’은 미국 명문 대학에 진학하고도 여태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한때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그는 부모님의 의사를 존중해 대학에 들어갔지만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Normal)’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 무작정 대학문을 박차고 나왔기 때문이다(그는 졸업장과 관련해 남은 한학기 과정을 2년 이내 끝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돈을 벌기 위해 처음 발을 들여놓은 직업은 나이트클럽 문지기. 7개월만에 매니저로 승진할 정도로 인정받은 그는 새우잡이 어부와 상점점원 노릇도 마다하지 않고 세상경험의 폭을 넓혀나갔다.

‘흐트러진’ 그의 인생이 정돈되기 시작한 건 86년 ‘뉴욕매거진’에 임시직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정규직이 되고 싶어 매니저와의 협상과정에서 스스로 임금을 절반으로 낮출 정도의 대담성과 빠른 일처리 감각을 지닌 서회장은 3년만에 마케팅매니저로 승진한 뒤 이후 잡지 ‘디테일즈’와 타임워너 소속 ‘바이브’ 잡지 등에서 마케팅전문가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타임워너 재직 시절인 93년 서찬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것은 다름아닌 인터넷이었다. 사람들과 채팅을 할 목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한 그는 인터넷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나머지 머지않아 인터넷이 세상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창업한 회사가 에이전시닷컴이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고 외치며 은행과 투자기관을 찾아다녔지만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남들보다 너무 앞서 시대변화를 예감한 탓이었을까? 결국 그는 직장동료 카일 샤논과 함께 95년초 80달러로 사업을 시작한다.

세계적인 사업가로 성공한 서회장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언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돈만 보고 사업하면 돈은 벌지만 뜻이 없어진다’라는 게 유언 내용.

“비전없는 회사는 희망이 없습니다. 에이전시닷컴은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바꿔가다 보면 5년 뒤 10년 뒤 세상은 몰라볼 만큼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서회장은 우리나라 경제의 현위치가 제조업 중심에서 첨단 정보시대로 전환되는 시기라고 규정하는 대목에 이르러 유난히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앞서갈 것인가 아니면 뒤쫓아갈 것인가. 그것은 행동으로 옮기는 빠른 실천력에 달려 있습니다. 꾸물거리면 다른 나라에 주도권을 빼앗깁니다.”

서회장은 자신의 연봉을 15만달러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유 주식의 가치등 구체적인 재산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다. 연봉이나 재산보다는 ‘경쟁과 성취’라는 목표가 이제는 더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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