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공짜여행으로 파리-하와이 중 고르라고 한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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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면 우리는 최선의 선택을 하거나 최선의 타협안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때에 따라 선택이나 결정을 하면서 착각을 한다.” ―행동경제학, 경제를 움직이는 인간 심리의 모든 것(도모노 노리오·지형·2007년) 》

다음 날 아침 퉁퉁 부은 얼굴을 후회할 걸 알면서도 늦은 밤 라면을 끓여 먹는다. ‘원 플러스 원’ 광고에 현혹돼 굳이 사지 않아도 될 물건을 산다. 점심값보다 비싼 일명 ‘별다방’ ‘콩다방’ 커피의 유혹을 끊기 힘들다. 이성적인 판단보다 앞서는 게 허기고, 합리적인 계산을 누르는 게 허세다. 참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인간이 본래 그러하다.

인간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할 만큼 나약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의사결정에서 감정이 담당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전통경제학은 시장의 효율성과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대전제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인간의 선택이 이 같은 합리적인 사고의 결과물만은 아니다. 비합리적 선택으로 이끄는 각종 심리적 편향을 주목한 행동경제학자들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지 않은가.

전통경제학의 가설이 어긋나는 사례를 일상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전통경제학은 선택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본다. 고르고 또 고르면 만족도가 높아질 것 같지만 행동경제학자인 저자는 꼭 그렇진 않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백화점 경품행사에서 해외여행상품이 당첨되면 어디라도 기쁘다. 파리라도 좋고, 하와이라도 좋다. 그러나 파리와 하와이 중 직접 한 곳을 고를 수 있다고 하자. 두 곳 중 어디를 갔다가 와도 다른 곳을 가지 않은 아쉬움을 털어버리지 못할 것이다. 빛나는 해변이 없는 도시도, 빼어난 미술관이 없는 바다도 2%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오직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적 인간’만이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선호는 취향의 문제이고 감정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저자의 말처럼 감정적인 선택도 합리적일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나 생태에 적합한 결정을 내릴 뿐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행동경제학#경제를 움직이는 인간 심리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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